인수 지원자금 성격 싸고 금융권 ‘설왕설래’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백기사로 막판에 등장한 동양종금증권의 지원 자금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현대상선 자산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2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동양증권은 현대상선 자산을 담보로 7000억원가량의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현대상선 선박과 운송료 등의 담보물을 유동화해 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동양증권이 전액 인수한 뒤 소매로 판매하는 구조다. 동양증권으로선 소매 판매를 통해 투자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수수료도 챙길 수 있는 거래다. 그러나 현대그룹 쪽은 “동양종금은 재무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어떠한 담보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동양증권이 현대그룹에 일반 기업 대출을 해줄 수도 있다. 현재 동양증권의 종금여신 잔액은 1조3000억원 안팎으로, 지난해 말 2조4000억원에 견줘 자금 여유가 있는 상태다. 동양증권은 또 현대건설 인수에 1000억원 안팎의 자기자본투자(PI)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현재 자기자본 1조3000억원, 현금성 자산 4980억원에 불과한 동양증권이 담보대출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투자를 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동양증권은 이번 거래에 참여하는 대가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현대그룹의 각종 아이비(IB) 업무를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증권은 이미 현대상선이 실시하기로 한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5000억원 규모의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업무도 동양증권이 맡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양증권은 에스티엑스 그룹 등 금융위기 이후 재무적인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 기반을 넓혀왔다”며 “이번 거래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