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외환은행 현황
우리·국민 이어 자산 3위로
자금조달 구체방안 안내놔
‘빅4 체제’ 기싸움 치열할듯
부실 대출 등 부작용 우려
자금조달 구체방안 안내놔
‘빅4 체제’ 기싸움 치열할듯
부실 대출 등 부작용 우려
외환은행 4조6888억원에 인수
하나금융지주가 결국 외환은행을 품에 안았다.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외환은행을 4조6888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주당 1만4250원에 하나금융으로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국내 금융시장은 우리금융(자산규모 332조3000억원)과 케이비(KB)금융(329조7000억원), 하나금융(외환은행 포함 316조2000억원), 신한금융(310조원) 등 4강 구도로 이뤄진 경쟁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 “1지주 2은행 체제 유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당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외환은행’ 사명을 사용하면서 ‘1지주회사 2은행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인수 뒤) 2~3년 내 합병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김 사장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 체결은 우리금융지주 인수전 참여를 자동적으로 포기한단 걸 뜻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종렬 사장은 “외환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수출입업무, 해외점포망과 하나금융의 장점인 프라이빗뱅킹(PB), 개인금융, 자산관리 등의 노하우를 합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하나에스케이(SK)카드와 외환카드 등 신용카드 부문과 캐피털 업무 부문의 역량 확충을 통해 소비자금융의 시장지배력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모였던 자본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사장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2~3달 후 국내외 주가·금리·환율 동향을 보고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사장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역시 내년 2월 정도의 시장 동향에 따라 그 발행량이 좌우될 것”이라며 “일부 배당을 통한 조달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내부 유보금을 배당받아 외환은행 인수자금으로 조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빅4’ 경쟁구도로 재편 하나금융발 금융권 지각변동이 현실화하면서 영토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3강1중’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빅4’ 시대가 열리면서 덩치가 비슷한 회사들끼리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자산 316조원으로 신한금융(310조원)을 제치고 국내 3위 금융지주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국내 은행 지점은 1004곳으로 케이비(KB)금융지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국외지점은 국내 은행 중 최대인 37곳이 된다. 특히 하나금융 쪽은 기업금융과 수출입 업무에 강한 외환은행과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금융의 강점이 맞물려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메가뱅크 부작용론 대두 시장에서는 은행 대형화(메가뱅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인수·합병으로 은행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나빠졌고, 국가경제의 건전성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상위 4개 은행의 총자산수익률(ROA)은 2006년 1.11%에서 2009년 0.4% 이하로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예금 대비 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예대율은 98년 80% 미만에서 2008년 9월 말 현재 124%까지 올랐다. 수신 기반이 약해진 은행들은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 등에 의존해 대출 경쟁을 벌였고, 이는 가계 대출의 증가와 부동산 피에프(PF) 대출 부실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 브이아이피(VIP) 고객 위주의 레드 오션 시장에 집중하면서 기업대출이 부진해졌고, 기업대출 비중은 2000년 58%에서 2006년 46%까지 추락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실장은 “외환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의 외형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시스템 리스크는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 4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1996년 42%에서 2009년 77%로 상승한 데 이어, 하나-외환의 짝짓기로 83%까지 치솟게 됐다.
이재성 정혁준 기자 san@hani.co.kr
외환은행 직원 300여명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상복을 입고 결의대회를 열어 “외환은행의 자산과 인력을 제대로 운용할 경영능력이 없는 하나금융과의 합병에 반대한다”며 인수계약 체결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이재성 정혁준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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