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부속서류는 제출 안해
현대차 “법적효력 없다” 반박
현대차 “법적효력 없다” 반박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프랑스 은행 나틱시스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이 무담보·무보증 대출이라는 내용의 ‘대출확인서’를 3일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즉각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자료를 냈고,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 제출을 요구했던 채권단은 양해각서(MOU) 유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현대그룹 쪽은 이날 대출확인서를 낸 뒤 “나틱시스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은 대출금이며, 현대건설이나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이 담보로 들어가 있지 않고, 현대그룹 계열사가 대출에 대해 보증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대출확인서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그룹은 “이번에 제출한 확인서는 대출계약서상 내용을 나틱시스은행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증한 문서”라며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대출계약서는 사상 유례가 없고 통상관례에 완전히 벗어난 요구로 양해각서상 채권단과 합의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요구한 것은 대출계약서와 부속서류였는데, 현대그룹이 낸 것은 나틱시스은행의 대출확인서”라며 “이 자료가 양해각서를 유지하는 데 부합하는지 법률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관련 서류의 제출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요청하는 경우 현대그룹은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양해각서에 규정돼 있다”며 “현대그룹이 이를 위반하거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양해각서를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대출확인서 제출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한 뒤 9개 채권 기관이 참여하는 주주협의회에서 추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오히려 의혹을 계속 증폭시키고 있다”며 “채권단이 5일의 기간을 더 주고 물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보도자료를 내어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것은 본인이 원하는 내용만 담아 작성한 나틱시스은행의 대출확인서”라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는 “이 확인서가 제3자의 담보제공 가능성, 초단기 고금리 대출일 가능성, 주식 이외에 보유 자산이 담보로 제공됐을 가능성 등 3가지 의혹을 풀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이번 자료 제출은 채권단의 요청 때문이었고, 검토도 채권단 고유의 업무”라며 “현대차그룹이 마치 채권단인 양 먼저 나서서 대출확인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입찰 참여자로서 지켜야 할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성 이형섭 최혜정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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