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구조조정에 노사갈등 커져
지난해 3000여명의 직원들을 희망퇴직시킨 케이비(KB)국민은행이 연초부터 2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자 노동조합이 행장실 앞 농성에 들어가는 등 노사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7일 업무 실적이 부진한 직원 219명을 최근 신설한 성과향상추진본부로 발령냈다. 노동조합은 이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 본점 1층 로비와 12층 행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3000명 이상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한 지 얼마 안 돼 또다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운선 국민은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성과향상추진본부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상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며 “어윤대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취임 당시 밝혔던 구조조정 방안이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안정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인건비를 줄여 성과금을 챙겨가려는 경영진의 시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성과향상추진본부 설립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놓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회사가 추진중인 임금피크제 폐지 문제도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3년 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인건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고 생산성 저하 등 부작용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점장 등을 지낸 간부 직원들이 일반 은행원으로 강등돼 채권 추심 등 후선 업무를 맡게 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겼다는 게 은행 쪽 주장이다. 해당 직원의 생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주변 직원들의 사기마저 꺾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 쪽은 임금피크제 폐지 움직임이 인력을 줄이려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급 강등과 임금 삭감을 감수하면서 고용안정을 보장받은 대상자들의 퇴직을 강요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은행이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려면 노조와 합의해야 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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