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31일 오후 코스피지수가 38.14포인트(1.81%) 급락한 2,069.73에 마감됐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70원 올랐다. 31일 오후 서울 외환은행본점 딜링룸 시황판 앞으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코스피 38p 하락…해외 증시도 휘청
금값은 급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
금값은 급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
최근 활황세를 띠던 세계 금융시장이 이집트 시민들의 시위 확산 소식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주가는 폭락하고 금과 달러 가치가 급등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졌다.
3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8.14(-1.81%) 떨어진 2069.73으로 장을 마쳤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 7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도 521.38(-1.15%)로 동반 하향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여 온 미국 다우지수도 지난 28일 1.39% 떨어진 1만1823, 나스닥지수는 2.48% 떨어진 2686으로 마감했다. 일본(-1.16%), 영국(-1.40%), 프랑스(-1.41%), 독일(-0.74%)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약세였던 금, 은, 달러 등은 일제히 올랐다.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전형적인 안전선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2.3달러(1.7%) 오른 온스당 134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4일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은 3월물 가격도 89센트(3.3%) 오른 온스당 27.92달러에 거래됐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0원 오른 1121.50원으로 엿새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집트 사태가 수에즈 운하에 영향을 줘 세계 물류에 차질을 줄 수도 있으며, 다른 중동 산유국들로 번질 경우 유가 상승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장은 “최근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큰 악재가 아니었을 텐데, 조정받을 수 있는 시점이라 더 큰 부담이 됐다”며 “이집트 경제의 세계적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중동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확산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국가간 분쟁이 아닌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확산되면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받고, 오일머니의 움직임도 둔화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관심의 초점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가 오느냐인데, 이건 어차피 있었던 화두”라며 “최근 두달동안 너무 많이 올라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타난 마찰적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국내 금융회사의 이집트에 대한 대출 및 차입금 규모가 미미해 이집트의 정정 불안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주변 이슬람 산유국 등으로 정치 불안이 확산되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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