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왼쪽), 윤증현(오른쪽)
저축은행 부실 키운 금융당국 책임자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원칙적인 해결 대신 미봉책으로 일관한 정부 당국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책 실명제’가 정착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만약 책임을 묻는다면 누구에게 물어야할까?
저축은행 역사에서 첫번째 변곡점은 상호신용금고의 이름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해준 지난 2000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상호신용금고가 대거 부실에 빠지면서 ‘상호신용금고=부실금융’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자 관련 업계는 이름을 바꿔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은행이라는 이름을 얻게된 저축은행들은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법안을 마련했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진념 현 삼정케이피엠지 고문이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실무책임자인 금융정책국장이었다.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물꼬를 터준 것은 지난 2006년 당시 한덕수(왼쪽 사진) 재정경제부 장관(현 주미한국대사)과 임영록 금융정책국장(현 케이비금융지주 사장)이었다. 윤증현(오른쪽)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책임이 적지 않다. 이른바 ‘8·8클럽’의 도입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비율 8% 이하일 경우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해 법인 대출을 80억원 이상 할 수 있게 됐다.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본령을 벗어나게 된 계기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8년 12월에는 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라는 글자를 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국회를 통과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과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책임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부실화한 저축은행의 문을 닫게 하는 것으로 부실을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저축은행에 떠안기는 편법을 썼기 때문에 규제 완화와 명칭 변경 등 대가를 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원칙적 처리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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