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수익률·비용 공개했더니 되레 투자자 외면

등록 2011-03-20 21:11

금융투자상품별 비용 및 수익률 공시 여부
금융투자상품별 비용 및 수익률 공시 여부
금융상품 ‘공시체계 모순’이 역선택 부추겨
자문형랩 등에 돈 몰려
규제 덜한 상품 판매에
금융회사 적극 나선 탓
“자통법개정때 개선해야”
(보기) ①국내주식형펀드 ②자문형 랩 ③주가연계증권(ELS) ④주가연계펀드(ELF)

당신에게 여윳돈이 있다면 이 네가지 금융투자상품 중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선택 기준은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수익률, 둘째는 수수료·보수 등 거래비용. 당연히 수익률은 높을수록 좋고, 비용은 적을수록 좋다. 그런데 어떤 상품은 수익률과 비용이 공개되지만 어떤 상품은 공개되지 않는다면?

여기서 문제. 위 보기 중 수익률과 비용(수수료+보수)이 모두 공개되는 금융상품은? 정답은 ①국내주식형 펀드와 ④주가연계펀드다.

두번째 문제. 위 보기 중 지난해부터 판매금액이 급증한 금융상품은? 정답은 ②자문형 랩과 ③주가연계증권이다.

금융투자상품별 가입 금액 추이
금융투자상품별 가입 금액 추이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수익률과 비용(수수료+보수)이 공개되지 않는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주식형펀드와 주가연계펀드는 투자금이 오히려 줄었고, 자문형 랩과 주가연계증권에는 돈이 많이 몰렸다. 특히 자문형 랩 시장은 1월 말 현재 7조2640억으로 1년 사이에 10배 이상 커졌다. 주가연계증권 신규 발행액도 올 들어 1월 3조1532억원, 2월 2조7285억원으로 월간 기록으로 각각 사상 2, 3위를 기록했다.

공시제도가 잘 갖춰진 투명한 상품일수록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역선택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주식형펀드의 환매 사태는 빠져나가는 금액에 비해 들어오는 금액이 적었던 것인데, 이는 금융회사들이 펀드보다 규제가 덜한 주가연계증권(은행의 경우 ELD)이나 자문형 랩 등을 적극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규제의 아비트리지(차익거래)’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가연계증권과 주가연계펀드를 비교하면 공시 제도의 모순이 명확해진다. 주가연계증권은 주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일 때 특정 수익률을 약속하는 장외파생상품이고, 주가연계펀드는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다. 사실상 같은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펀드는 수익률과 비용을 모두 공시하지만, 그 기초가 되는 증권은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는 펀드이고 다른 하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펀드에만 이런 규제가 가해질까? 금융당국이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공개모집 여부다. 공모펀드의 경우 다수 대중을 상대로 자금을 모으고 운용하기 때문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같은 펀드라도 사모펀드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그런데 공모 여부로 따지면 당국의 논리가 궁색해진다. 주가연계증권은 공모와 사모가 반반이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의 경우 형식적으로 개인별 계좌로 관리하고, 투자자가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펀드와 다르지만, 모집방식이나 운용방식은 공모펀드와 다를 바 없다. 보도자료도 내고 광고도 한다. 주식 매매도 펀드처럼 집합적으로 이뤄진다.


규제의 차이는 증권업계와 보험업계 사이에도 발생한다. 사실상 펀드나 마찬가지인 변액보험의 경우 비용에 해당하는 사업비 공시 내용이 상품마다 제각각이어서 가입자로서는 비용(수수료+비용) 차이를 알 수 없게 돼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기업공시시스템처럼, 한곳에서 투자상품별 수익률과 비용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번에 자본시장통합법을 개정한다고 하는데, 애초 법 취지인 금융 권역별 통합 발전을 위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별도의 제도개선팀에서 공시시스템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수수료 등을 모두 공개했을 때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범위와 내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신중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3조원 비과세 배당’ 우리금융 주가 급등…감액 배당이 뭐죠? 1.

‘3조원 비과세 배당’ 우리금융 주가 급등…감액 배당이 뭐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2.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주식거래 어떻게 운영되나 3.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주식거래 어떻게 운영되나

한국 대기업, 북미 매출 20%↑…의존도 따라 관세 타격도 커질 듯 4.

한국 대기업, 북미 매출 20%↑…의존도 따라 관세 타격도 커질 듯

‘줍줍’하던 무순위 청약, 무주택자만…거주지 요건은 탄력적으로 5.

‘줍줍’하던 무순위 청약, 무주택자만…거주지 요건은 탄력적으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