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서 유일하게 투자한 회사인 대구텍(옛 대한중석)의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 참석
“작지만 좋은 한국기업 많다”
오후엔 이대통령과 만나
“작지만 좋은 한국기업 많다”
오후엔 이대통령과 만나
단돈 100달러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워런 버핏(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국에 왔다. 2007년 이후 두번째 방문이다. 국내 기업에서 유일하게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인 텅스텐 절삭공구 제조사 대구텍(옛 대한중석)의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제2공장에 대한 투자규모는 1000억원에 이른다.
21일 대구시 가창면 대구텍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버핏 회장은 “내가 소유한 공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구텍을 두번째로 방문하게 됐다”고 애정을 보였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가치투자의 귀재’답게 투자의 기본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대지진 이후의 경제적 파장과 관련해 “일본인들에게 큰 타격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지금 일본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팔지 않겠다”며 일본 경제를 낙관했다. 버핏 회장은 이어 “한국도 1997년에 대단히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는 주식을 팔아야 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사들여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순간이었고, 미국도 9·11 사건 당시나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랬다”고 덧붙였다.
정보기술(IT)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그대로였다. 삼성전자 주식 매입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이른바 정보기술로 분류되는 주식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나는 개별 기업이 1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지를 눈여겨보는데, 애플 같은 기업은 그런 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카콜라, 웰스파고, 피앤지(P&G) 차례로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4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말씀드렸던 포스코 주식을 지금도 4%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이밖에도 2002~2003년에 사들인 한국 기업들의 주식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한국에 시가총액이 작은, 좋은 기업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옛 대한중석이 이름을 바꾼 대구텍은 1994년 공기업 민영화 1호로 거평그룹에 넘어갔다가 거평그룹이 부도나면서 1998년 이스라엘의 금속가공 기업인 아이엠시(IMC)에 인수됐다. 2006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아이엠시를 인수함에 따라 대구텍도 일원이 됐다.
버핏 회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45분간 만났다. 이 대통령은 미국 경제 전망을 물었고, 버핏은 “주택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회복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버핏은 한국에 대해 “유망한 제조업 국가로, 다음 주주총회 때 한국의 성공사례를 보여줄 예정”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대구/글·사진 이재성, 황준범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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