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IT팀장 “전산망 망가뜨리려 치명적 명령어 실행”
농협중앙회는 18일 최근 전산망 사고와 관련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한 고의적인 사이버테러”라고 규정했다. 이어 현재 95% 복구에 그치고 있는 카드 업무를 22일까지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유경 농협 복구태스크포스팀장은 이날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제를 일으킨 명령어는 전체 서버 파일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해킹은 외부에서 특정 정보를 취득해 이익을 보는 것이지만 이번 사건은 내부에서 저질러졌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며 “해당 서버의 파일을 파괴하도록 하는 내부 명령어는 엔지니어가 아니면 모른다”고 덧붙였다.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전산망을 망가뜨리려고 치명적인 명령어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팀장은 사고 당시 협력업체 노트북이 외부 인터넷망에 연결됐는지, 사고 당시 협력업체 직원이 노트북을 작동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수사중인 사안”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더불어 농협은 중계서버에 보관돼 있던 신용카드 거래 명세 등의 데이터가 손상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관 농협 전무는 “중계서버와 백업장치에 보관돼 있던 신용카드 거래 데이터가 손실됐다”며 “복원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돼 22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또 이번 사고로 7만3500건, 577억7800만원의 카드대금 입금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산망 사고로 발생한 연체이자 등은 민원 접수와 관계없이 모두 보상하기로 했다. 농협에는 17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31만1000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피해보상 요구는 920건으로 집계됐다. 또 전산장애 탓에 발생한 신용불량 정보는 다른 금융기관과 협의해 삭제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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