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여야 정치공방
전·현직 경제 수장들이 대거 증인으로 참석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주인공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여야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던 청문회에 오후 늦게 이들 두 ‘핵심 증인’이 참석하면서 긴장감이 더해졌다.
특히 ‘잠적설’이 돌았던 이 전 부총리와 여당 의원들 사이에 기싸움이 오갔다. 이 전 부총리는 “윤 장관이 출석해야 증인대에 설 수 있다”며 국회 기획재정위 일정 때문에 3시간가량 늦은 윤 장관이 온 뒤에야 출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증인석에 앉자마자 뭇매를 때렸다.
김영선 의원이 “증인 한 사람 때문에 국회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한 일이냐”고 몰아세우자, 이 전 부총리는 “적어도 전·현직 금융경제 책임자를 불러 증언을 들을 때에는 모양을 갖춰달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재정기획부 장관 시절인 2000년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저축은행 명칭 변경 등의 정책을 집행한 데 대한 김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저축은행이란 용어는 한나라당이 다수당 시절에 국회에서 의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윤 장관을 집중 공격했다. 윤 장관은 금융감독위원장 재직 때 ‘88클럽’ 우대 조처를 주도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고, 당시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는 점 때문에 여당 의원들로부터 협공을 받았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은 참여정부 금감원장 자격으로 오신 것”이라며 “윤 장관이 이 정부가 떠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12조2000억원의 99%를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몸을 낮췄다.
이날 청문회에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 진동수·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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