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출범뒤 금융당국 막강권력으로 부상
금감원 ‘독점’ 감독권도 한은 등에 분산 목소리
금감원 ‘독점’ 감독권도 한은 등에 분산 목소리
저축은행 감독 부실과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가 현 정부가 추진했던 독점적 금융감독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금융감독원이 독점하고 있는 감독·검사권도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로 분산시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체제 재편 논의는 정부 안에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장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쇄신안을 내놔야 하는 압박이 크다”면서도 “현재 만들고 있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팀에서 금융감독체제 개편 방안이 빠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의 금융감독 체제는 현 정부 출범 직후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기존의 금융감독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금융위원회에 금융감독 기능과 함께 금융정책까지 관장하게 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기치로 내세워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에 따른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감독 기능까지 ‘한 몸뚱이’에 맡긴 것이다. 금융위는 감독과 관련한 실질적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금감원을 실무기관으로 전락시켰다. 결국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두 기관이 상하관계로 변질됐고, 금감원의 책임 소재도 모호해졌다. 저축은행 사태가 확산된 것도 정책당국의 부동산을 통한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따른 위험성을 독립적으로 감독하지 못한 데 큰 원인이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위가 책임을 피하고자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구조조정 방식을 피한 채 인수·합병으로 다른 저축은행에 부실을 떠넘겼다”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금감원의 감독 부실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단일 기구로 통합해 거기서 정책 기능은 떼어낸 뒤 이를 감독권만 책임지는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감독·검사권 독점과 업계와의 유착으로 도덕적 해이와 부패에 노출된 만큼, 감독·검사권을 예금보험공사와 중앙은행으로 분산시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보는 금융위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이를 청산할지 회생시킬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에 막대한 기금과 공적자금이 들어가야 해 위험을 떠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독자적인 조사권도 없을뿐더러 금융위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또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고자 중앙은행에 금융안정을 위한 감독 기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체제를 개편하고 있는데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한국은행도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검사와 자료제출 요구권을 담은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 등의 반대에 부닥쳐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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