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고졸채용 자취 감추고
기존 직원은 근속연수 높아
기존 직원은 근속연수 높아
“24년 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은행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그때의 벅차고 자랑스러웠던 생각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최근 은행권의 고졸 채용 확대 소식을 접하고 “고졸 채용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 됐구나라는 생각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20여년 전만해도 상고 출신들이 곧바로 은행에 취직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승진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거나 차별을 당하지 않았다. 당시 고교 졸업과 함께 입행했던 직원들이 지금은 40~50대가 돼 은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점장의 56.5%인 337명이 고졸 출신이다. 지점장급 이상은 420명이나 된다. 그러나 직급이 내려갈수록 그 비중은 점차 낮아져 팀장급은 44%, 팀원은 33%만이 고졸 출신이다. 이처럼 역피라미드 모양을 띠게 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뒤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은행권의 채용문이 좁아진데다, 학력 인플레이션도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금융회사 창구 직원의 34%만이 고졸 사원으로 미국(83%)보다 절대적으로 낮다. 한때 고졸과 대졸의 비율이 7:3이었지만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보험·증권 등 민감금융회사 전체로 보면 고졸 출신 비율은 더 줄어 10.3%에 그쳤다.
신입 고졸 채용이 자취를 감추면서 금융회사 고졸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대졸자를 앞지르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고졸 출신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나고 직급도 높아진 때문이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조사한 ‘2010년 민간금융회사 학력별 평균급여’를 보면, 고졸 출신의 평균급여는 6621만원으로 대졸자(6502만원)에 견줘 120만원 가량 많았다.
고졸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17.5년으로 대졸자(9.9년)의 두배에 달했다. 평균 연령도 고졸자는 40.2살로 대졸자보다 네살가량 많았다. 근속기간이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를 상쇄한 것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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