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의 금매입’ 논란
“수익없는 금 안사”→“투자다변화” 입장바꿔
6~7월 집중매수…금보유 순위 56위→45위
“방향성은 맞지만 늦은 감이 있다” 지적 일어
“수익없는 금 안사”→“투자다변화” 입장바꿔
6~7월 집중매수…금보유 순위 56위→45위
“방향성은 맞지만 늦은 감이 있다” 지적 일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12억4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금 25t을 사들였다. 현재 보유량(14.4t)의 두배 가까운 규모로 1돈짜리 금반지 667만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한은이 금을 매입한 것은 13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금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거나 “매입 여력이 없다”며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금값이 올해 들어서만 사상 최고치를 수차례 경신하고 있어 “시기가 늦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 한은 금 보유량 45위로 껑충 한은은 2일 ‘7월 외환보유액 현황’을 발표하면서 “6월부터 7월 사이에 영국 국제 금 시장에서 금 25t을 사들여 39.4t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 금의 비중은 0.2%(시가 기준)에서 0.7%로 늘어났다. 세계금위원회가 발표하는 전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 순위도 지난 7월 56위에서 45위로 11계단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금을 사들인 것은 1998년 4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 때다. 한은은 당시 수출하고 남은 금 3t가량을 매입했다. 10여년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뒤 금값이 무섭게 치솟자 금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한은은 “이자나 배당소득이 없다”며 이를 일축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투자 다변화를 통해 외환보유액 운용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운용에 여유가 생긴 것도 있지만 수익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유럽이 위기에 휩싸이면서 달러와 유로를 대체할 안전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달러화 가치는 올해 들어 주요 통화 대비 5%가량 하락했다. 반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1년 안에 온스당 17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뒤늦은 매입 논란 각 나라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량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때를 대비한 분산투자 차원이다. 중국은 2000년에 400t에 불과하던 금을 올해 1분기에는 1054t까지 늘렸다. 러시아도 1분기에만 40t을 사들여 830t을 보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금본위제를 채택했던 영향으로 유럽연합 회원국은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이 62.7%에 이른다.
금값은 몇 차례 등락을 거듭했지만 1980년 이후 30년이 넘게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은이 이번에 사들인 금의 평균단가는 온스당 1540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현재 가격(1620달러 선)보다는 낮다. 그러나 1100~1200달러에 거래됐던 1년 전에만 샀더라도 온스당 300달러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병준 우리선물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전략과 방향성은 필요하다”면서도 “금값이 상승 추세여서 상투를 잡았다고 할 순 없지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봉국 한은 운용전략팀장은 “한은은 사들인 금을 장기간 보유할 계획이기 때문에 단기적 가격변동보다는 매입 필요성이나 매입 여력이 더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추가 금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공식적으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제 금 시장에선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 수요의 절반 이상은 장신구 수요인데 최대 소비처인 인도와 중국의 ‘금 사랑’이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축제와 결혼 시즌이 겹치는 시기엔 금 장신구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제 금값이 덩달아 큰 폭으로 뛰기도 한다. 또 중국은 투자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공급은 채광의 어려움 등으로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가량 줄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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