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물 매입 급증세로
3년 국고채 금리 하락
긴축정책 작동 힘들어
3년 국고채 금리 하락
긴축정책 작동 힘들어
세계적 금융불안에도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채권 투자가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16일 한은 통계를 보면, 단기자금인 콜금리와 국고채(3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각각 3.29%와 3.45%를 기록해 그 격차가 0.16%포인트까지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평균 0.53%포인트보다 격차가 훨씬 좁혀졌다. 단기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 반면, 장기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거꾸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장기물 채권을 많이 사들인 탓이다. 외국인의 국고채 잔액 비중은 현재 17.3%에 이르는데, 한은은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장기금리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장기금리 하락은 시장이 김중수 한은 총재의 금리 정상화 의지를 비중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 총재가 그동안 경제의 불확실성을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한 근거로 삼아온데다 하반기에 대외 악재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장기금리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현상은 2004~2006년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이는 ‘그린스펀 수수께끼’로 일컬어지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당시 중국 등의 국채 매입으로 장기금리가 떨어졌던 현상을 말한다. 그 부작용으로 과잉 유동성이 형성되면서 ‘자산 거품’ 현상이 지속됐고,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선 엘지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장·단기 금리 차가 좁혀지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로 인해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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