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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 싹쓸이 ‘월스트리트’가 미국 망친다

등록 2011-10-11 19:37

20여일 점령시위
팍팍한 삶 초래한 장본 인식
금융권에 대한 시민분노 폭발
금융자본주의 바꾸긴 역부족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20여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 인원은 점점 늘어나고, 워싱턴·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카고 등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가 시위’가 이처럼 급속도로 확산된 근저에는 ‘월가’로 대표되는 미 금융권에 대한 ‘분노’에 공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서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금융회사를 살리느라 자신의 세금을 희생하면서 복지제도는 축소되고, 실업난으로 직장을 잃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은행에 압류당하고, 그래도 남은 빚을 갚으라는 소송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의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9.1%)을 훨씬 웃도는 20%를 넘어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구통계국 조사결과, 미국은 지난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을 벌어들인 가구의 비율(빈곤율)이 15.1%(4620만명)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인들의 삶이 이처럼 팍팍해진 직접적인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태를 불러일으키는 등 무리한 투자 끝에 엄청난 손실을 겪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업계가 주범이라는 게 미국민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쇠퇴하면서 금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는데, 금융업계는 상당한 리스크와 주택시장 거품 등 사회적 부작용은 아랑곳 않은 채 오로지 수익 극대화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또 금융업계는 정치권 로비와 정치자금 제공 등을 통해 금융업계에 유리한 법 규정을 만들고, 금융소득에 대한 낮은 세율을 오랫동안 누려왔다. ‘월가 시위대’의 주요 구호는 “우리는 99%다”, “월가의 탐욕이 우리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월가에 세금을!” 등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미국민들은, 미국의 부가 집중되고 있는 1%가 바로 ‘월스트리트’이며 이런 지나친 불균형이 미국 경제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여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미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한 금융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7000억달러의 세금을 투입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제이피(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회사에 구제금융을 퍼부었다. 이는 재정적자로 이어져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세금으로 살아난 금융회사는 ‘보너스 잔치’를 벌여 일반인들의 공분을 더욱 샀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기본급과 스톡옵션을 포함해 2080만달러를 보수로 받았다. 전년보다 무려 1541% 급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지난달 해고한 샐리 크로첵 자산운용 책임자에게 총 600만달러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직원 3만명을 해고하고, 내년부터 직불카드 사용자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래서 금융 임원에 대한 막대한 돈 잔치와 경영난의 부담을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금융개혁안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금융계를 ‘살찐 고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월가 시위’가 금융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일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으로 이윤이 집중되는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가 과연 얼마나 바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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