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이 원인
직장인 정아무개(41)씨는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지난 9월 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상품에 여윳돈 1000만원을 저축했다. 그나마 금리우대 상품이어서 연 이자율이 3.9%로 다른 정기예금보다 높은 편이었다. 정씨가 1년 뒤 받게 될 돈은 세금(이자소득세 15.4%)을 제외하고 나면 1033만원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되레 손해를 보게 될 판이다. 1년간 물가상승률이 4%에 그친다고 해도 1040만원은 받아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1년6개월 전부터지만 최근 들어 그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3분기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는 -1.63%까지 떨어져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의 저축성예금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3.75%로, 전분기(3.69%)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가 전분기보다 0.6%포인트 상승한 4.8%까지 치솟은 탓에 실질 예금금리는 2분기(-1.08%)에 견줘 더 낮아진 것이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경우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둔화 우려에 기준금리가 다섯달째 동결돼 예금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운 탓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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