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이상 자영업자 310만명 사상최대
감소세 보이다 8월부터 증가
“재취업 어려워 도소매업으로”
월급쟁이보다 가구 소득 적고
74%는 평균 1억원 이상 채무
“조기퇴직 막아 유입속도 늦춰야”
감소세 보이다 8월부터 증가
“재취업 어려워 도소매업으로”
월급쟁이보다 가구 소득 적고
74%는 평균 1억원 이상 채무
“조기퇴직 막아 유입속도 늦춰야”
이종민(50)씨는 지난 3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지구에 82㎡가량의 자그마한 냉면집을 열었다. 10여년간 중소 화장품회사의 관리직으로 일했지만 월급으로 생활하긴 늘 빠듯했고 노후 걱정도 앞섰다. 평소 개인사업에 대한 꿈도 있었다. 인건비를 아낄 요량으로 직접 냉면과 육수 만드는 법도 배웠다. 일종의 생계형 1인 창업이다.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들어간 7500만원은 퇴직금과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9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씨의 희망은 신음으로 바뀌고 있다. 한달 평균 매출 300만원으로는 월세와 인건비 감당도 어려워 매달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음식점이 문을 열 정도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데 세금, 식자재값, 인건비, 월세 등 안 오르는 게 없다”며 “일반인들도 경기도 안 좋고 교육비·전셋값이 오르니까 외식비부터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먼 날씨 타령도 이어졌다. 올가을엔 날씨가 좋아 단풍놀이 가느라 도심 외곽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뒤 급증했던 자영업자들이 출혈경쟁으로 한때 구조조정을 겪더니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엔 50살 이상의 중·고령층 자영업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7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 취업자 수는 2006년부터 5년여 동안 줄곧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35%에서 23%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석달째 증가세(전년동기 대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50살 이상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는 573만명으로 10년 전보다 54만명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은 310만명으로 같은 기간 68만5000명이나 늘었다.
이지선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은퇴 시기에 직면한 베이비붐 세대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소규모 도소매업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자영업의 경우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경기침체로 대규모 폐업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조기퇴직을 막아 생계형 창업으로 유입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영업자 증가 추세가 이어질지 좀더 지켜보자는 쪽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상용직 취업자가 13만9000명으로 자영업자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며 “자영업의 폐업이 줄어든 것인지, 신규 창업이 늘어난 것인지 좀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과다경쟁과 악화된 수익구조로 재정 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발표된 가계금융조사 결과는 외화내빈에 처한 자영업자 가구의 현실을 보여준다.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의 자산(4억3427만원)은 상용직 임금근로자(정규직)보다 1억4000만원가량 많지만, 경상소득은 연평균 5048만원으로 정규직 월급쟁이(5183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 가구는 이 가운데 1082만원을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썼다. 또 74.2%가 평균 1억원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었다. 이들 가구의 대부분은 지난해에만 사업자금과 생계비 마련을 위해 1100만원가량의 빚을 더 낸 것으로 조사됐다. 재무건전성도 악화돼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60%로 1년새 14.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정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안이 없는 퇴직자들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창업을 한 것도 원인이지만 전문화·대형화된 대기업들이 도소매업에 진입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김회승 기자 miso@hani.co.kr
이재명 김회승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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