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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대녀 “아프니까 청춘이라 하기엔 너무 아프다”

등록 2011-11-18 11:48

‘고대녀’ 로 불리는 김지윤 학생.
‘고대녀’ 로 불리는 김지윤 학생.
[연속 기고 ‘FTA와 나’] <3> 대학생편
“우리 미래를 당신들 이익을 위해 팔지 말라”
 얼마 전 뉴스를 보니 하버드대 학생들이 맨큐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고 월가 점거 시위에 동참했다고 한다.

 맨큐가 누구던가. 주류 경제학의 대가 아니던가. 경제학 수업을 듣는 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맨큐의 경제학>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 맨큐 교수에게 ‘지금의 불평등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금융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당신의 이론은 틀렸다.’ 하고 말하다니!

 하버드대 학생들은 아예 창립자 기념 동상 주변에 텐트를 치고 “우리는 99%를 위한 대학을 원한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가슴이 뛰기도 했다.

 

 맨큐를 버린 하버드생들  

 내가 다니는 고려대학교는 신자유주의 교육의 선두주자를 자임해 왔다.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학, 연대와 협력이 아니라 경쟁과 효율이 지배하는 대학, 1%를 육성하느라 99%를 희생시키는 대학이 바로 오늘날 대학의 모습이다.

 내가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시절부터 고려대학교는 미국식 교육을 적극 도입했다. 당시 어윤대 총장은 “(미국과 비교해 봤을 때) 1년 등록금이 1500만원은 돼야 한다.” 하고 말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글로벌 고대, 세계 100대 대학을 외치며 외관을 번지르르하게 바꾸고 기업체에 와인을 돌리는 동안,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고통받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신음해야 했다.

 그런데 만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다면 교육 상품화가 얼마나 더 많이 벌어질지 아찔하다. 교육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많은 대학이 미국, 영국의 유명 대학들과의(혹은 일부가 주장하듯 세계 유명 대학의 분교가 들어설 테니 이들과의) 경쟁을 내세워 여러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등록금을 인상하고 신자유주의적 커리큘럼을 강요하고 영어 강의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경비 절감을 이유로 미화노동자, 경비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강요할 것이다.

 대학의 영리추구 역시 정당화될 것이다. 이미 많은 대학이 값비싼 민자 기숙사를 짓고, 대학의 이름을 딴 상품을 판매하고 스스로 기술 지주회사를 설립하며 스스로를 기업처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교육을 시장에 내맡기고 상품화하면 그것이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부담과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런데 교육마저 상품화하는 한미 FTA가 발표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지금처럼 반값등록금 시행 요구 등 교육 공공성 강화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 FTA는 사람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프다 

 문제는 교육 상품화만이 아니다. 한미 FTA 이후 강화될 고용유연화, 비정규직 확대는 어렵사리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미래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공공부문을 민영화할 수 있도록 길을 활짝 열어놓은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가뜩이나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청년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월가 점거 시위대가 “은행이 아니라 99%를 구제하라”, “내가 일자리가 있었다면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정말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 아닌가.

 이제 1%만을 위한 대학과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99%가 원하는 대학, 99퍼센트가 행복한 사회와 한미 FTA는 절대 같이 갈 수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는 그 고통이 너무 크다.

 지금 정부는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을 감내하라고 강요하려 한다. 나는 내 삶을 지키고 싶다. 저임금 저질 일자리뿐인 미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의 삶도 지키고 싶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돈을 벌다 죽는 친구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경쟁과 효율만이 최우선 되는 팍팍한 대학 교육, 그 속에 꿈을 잃고 마는 청춘들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팔지 말라” 거리를 점령하고 싸우고 있는 칠레의 대학생들이 외치는 구호다. 한미 FTA를 강행하려는 자들에게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의 미래를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팔지 말라!”

 김지윤(고려대학교 문과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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