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무역수지 개선 효과/한-EU FTA 무역수지 개선 효과
칠레와 협정 맺은지 7년
89억달러 무역적자 누적
EU와도 17년만에 첫 적자
정부 장밋빛 전망 빗나가
89억달러 무역적자 누적
EU와도 17년만에 첫 적자
정부 장밋빛 전망 빗나가
우리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맨 먼저 내세우는 건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6% 늘어나고, 일자리도 35만1000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가 맺은 한-칠레 및 한-유럽연합(EU) 협정의 실제 성적표는 정부가 애초에 내건 전망과 크게 달랐다.
2004년 한-칠레 협정 발효 당시 정부는 “무역수지는 3억2000만달러 개선되고, 국내총생산은 0.005% 늘어, 연간 7억100만달러의 후생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발효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교역에서 해마다 1억~3억달러의 적자를 봐왔다. 따라서 정부 전망대로라면 지금쯤 대칠레 무역수지는 상당한 폭의 흑자를 내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동안 쌓인 누적적자만 89억달러이고,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서도 10월까지 22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정부는 대칠레 무역수지 적자가 되레 확대된 배경으로 원료인 구리 제품의 가격 상승과 수입 증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이해영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구리는 이전에도 수입을 계속 해왔던 것인데, 7년간 내리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 협정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발효 첫 달인 지난 7월 우리나라는 유럽연합과의 교역에서 1억9900만달러 적자를 봤다. 우리나라의 대유럽연합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1997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8월 들어 무역수지는 94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지만, 발효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면 무역수지가 1억5100만달러만큼 더 악화됐다. 해마다 3억61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이 다시 빗나간 셈이다.
유럽자유무역연합(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과 맺은 협정의 성적표도 참담하다. 2005년과 2006년 각각 7억, 4억달러 수준이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협정 발효 직후인 2007년엔 24억달러로 불어났다. 2010년까지 4년 동안 누적 적자는 88억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우리 수출품 생산을 위해 유럽자유무역연합에서 주로 부품 및 기계류를 활용해야 하는 무역구조에 기인한다”는 핑계를 뒤늦게 대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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