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조항 고칠수 있을까
청와대 “재협상 약속 유효”
‘국회요청’ 전제조건 삼아
여야 합의 가능할지 의문
한-미간 테이블 올라가도
절차 보완 손질에 그칠듯
한국정부 의지도 소극적
청와대 “재협상 약속 유효”
‘국회요청’ 전제조건 삼아
여야 합의 가능할지 의문
한-미간 테이블 올라가도
절차 보완 손질에 그칠듯
한국정부 의지도 소극적
청와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이 가결된 뒤 기자들을 만나 “협정이 발효되면 90일 안에 양쪽 어디든 문제를 제기하면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필요하면 아이에스디 관련 재협상을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밝힌 ‘재협상’ 창구는 협정 발효 뒤 설치될 한-미 공동위원회 산하 서비스·투자위원회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30일 관련 서한을 교환했다. 두 나라는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협정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문제라도 제기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과 상관없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당연히 다룰 수 있는 주제다. 합의서한을 보면, 첫 회의는 ‘90일 이내’에 열도록 돼 있다. 한-미 협정이 내년 1월1일에 발효되면 늦어도 3월께 서비스·투자위원회가 열려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재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국회의 요청’을 꼽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재협상을 요구할지를 두고 여야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유지해왔고, 한나라당 상황에선 비준동의안이 처리됐는데 야당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 요청’이 있어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재협상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야당이 요구하는 폐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미국 행정부가 폐기에 동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동의한다 해도 협상 권한을 미국 의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국장급 간부들이 대표로 나서는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현실적으로는 절차적 투명성을 보완하는 개정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현행 단심제에 재심제를 추가하거나, 소송 대상을 축소하거나, 자동적으로 중재에 회부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 등을 협상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보다 까다로운 절차를 밟도록 미국 쪽과 협의해 남용 가능성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해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국내법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당시에도 정부는 재협상을 약속했다. 정부와 여야는 ‘정부는 한-유럽연합 협정 발효 뒤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 쪽과 협상을 통해 (협정을) 개정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7월1일 협정이 잠정발효되고 5개월이 지났지만 재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2008년 촛불시위 때도 정부와 여당은 “미국이 우리 주변국과 동일 조건으로 협상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재협상한다”고 공언했지만 끝내 재협상을 하지 않았다. 현재 대만은 30개월 미만,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정은주 안창현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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