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중인 금연정책들
호주처럼 소송 휘말릴수도
호주처럼 소송 휘말릴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정부가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거나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는 데 큰 제약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27일 제기됐다. 현행 규제 이외에 추가 유보 조항이 없어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 경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협정 내용을 보면, 수입 담배에 부과되는 관세 40%는 15년간 균등 철폐되지만 지정소매점(거리 최소 50m) 제도와 우편판매 및 전자거래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권고하는 추가 정책을 시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8.4%)을 웃돌고 담배규제기본협약은 담뱃갑 포장 규제와 공공장소 금연을 권고하지만 한-미 협정은 이러한 내용을 유보하지 않아 흡연 경고 그림을 넣거나 금연구역을 대폭 확대하면 투자자-국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고 ‘순한 맛’이라는 표기를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2001년 2월 담뱃갑에 ‘순한 맛’ 표기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미국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이라고 반발해 이를 철회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가 담뱃갑에서 회사 로고를 빼고 글씨·색깔을 통일하도록 하는 ‘담배광고제한법’을 내년 12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히자 필립 모리스가 최근 지적재산권 침해라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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