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법원 FTA 전문성 충분치 않아…행정부 해석 존중할 것”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국내 법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해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아 양국 정부의 협정문 해석을 상당히 존중할 것이라는 의견을 최근 국회에 밝혔다. 이런 통상교섭본부의 견해는 사법부의 해석권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를 보면, ‘한-미 에프티에이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외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에는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이 국내법 체계 내에서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지만, 조약체결 경위 등에 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 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 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구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위원회는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두 나라의 행정공무원으로 구성되며, 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협정 개정을 검토하고 협정을 해석할 권한도 갖는다.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심판하는 중재판정부는 공동위원회의 협정 해석과 결정을 따라야 한다. 한-미 협정 제11.22조를 보면, ‘협정 규정의 해석을 표명하는 공동위원회의 결정은 중재판정부에 대한 구속력을 가지며, 중재판정부가 내리는 모든 결정 또는 판정은 그 결정에 합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외교부는 “공동위원회 결정은 합의로 이뤄져 두 나라 대표들은 국내 의견을 반영한 공식 입장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우리 법원은 국제거래 전담재판부를 따로 두고 있고 국제적으로 조약 해석에 상당한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며 “소송사건이 발생하면 법관이 공동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겠지만 그 견해를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것은 독립된 권한”이라고 말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투자자-국가 분쟁에서 한국 법원의 해석과는 상관없이 양국 행정부의 해석을 따르도록 한 것은 삼권분립과 견제·균형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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