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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길 잃은 유로존…핵분열땐 세계경제 ‘대혼돈’

등록 2011-12-05 21:37수정 2011-12-07 11:55

“이대로 갈 수 없다” 공감대
재정통합 등 방안싸고 진통
루비니 교수 “붕괴 가능성 45%”
최악의 시나리오 전망 커져
“만약 유로존에서 탈퇴해 예전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쓴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살아가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고 지난 봄 졸업한 그리스 청년 파나시스(24)의 눈에도 자신의 나라가 선택해야 할 길은 빤히 보였다. 그리스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유로존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아니스 사무르겔리스 에게대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들어가 힘들지만, 유로존을 떠나서는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며 “유로화를 포기하고 가치가 낮은 드라크마화로 돌아가면 지금의 나라빚은 2~3배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이른바 ‘문제아’들의 국가부채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여론은 딴판이다.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독일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도 유로존의 지속에 의문을 품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파리에서 만난 알랑(69)은 “3~4년 뒤엔 유로존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같은 나라는 나가지 않겠냐?”라고 전망했다. 위기국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유로존에 남으려는 사람들과 ‘문제아’들이 유로존에서 탈퇴하기를 바라는 극단적인 두 시선 사이에서 유로존은 이젠 지난 20년 동안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갈 순 없다는 공약수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어디로 갈지가 여전히 미지수란 데 있다.

유로존 앞에 놓여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유로존 정상들이 추진해온 방안이기도 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국채 매입을 확대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 방안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5일 독일과 프랑스 두 정상이 유로존을 ‘통화동맹’에서 ‘재정동맹’으로 강화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재정통합 없는 단일통화 체제로 유로존 내 위기를 키워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쉽게 말해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을 하나로 합쳤으면서도 나라마다 재무부를 따로 두고 나라살림을 하는 구조여서 일부 나라가 부채를 계속 확대해온 것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반성에서 나온 해결책이다.

하지만 재정통합은 각 나라의 주권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실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재정통합은 과세, 사회보장 및 임금 정책 등의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령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하고 의회가 동의한다 하더라도 조약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회원국 국민들의 국민투표까지 통과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재정통합 없이 유로본드란 공동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해결책의 하나로 거론된다. 유로존 17개 회원국이 단일한 채권을 발행해, 신용이 좋은 독일이나 신용이 가장 나쁜 그리스나 돈을 꾸면서 같은 이자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의 열쇠를 쥔 독일은 재정통합 없는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하고 있다.


유로존의 분열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이 45%라고 전망했다. 실제 영국의 금융감독기구는 최근 자국 은행들에 유로존 붕괴에 대비하라는 경계령을 내렸다.

유로존의 분열은 단일통화를 포기하고 대신 더 낮은 수위의 ‘공동통화’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유로화를 대외 결제를 할 때 필요한 준비금으로만 사용하고, 유로 가입 전 자국의 통화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사실상 유로의 붕괴를 뜻한다.

세계 최대 경제권 가운데 하나인 유로존이 어떤 식으로든 붕괴할 경우 세계 경제는 커다란 혼돈의 도가니에 빠질 수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지난주 유비에스(UBS)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독일도 유로존에서 빠져나오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14%에 이르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반 여론과 달리 독일의 정치인들이 그리스 만큼이나 유로존의 지속을 바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이런 말을 했다. “유로화가 무너지면 유럽통합의 꿈도 무너진다.” 아직까지 유로존 내 어느 정상도 이 꿈을 깨겠다고 나서지는 않고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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