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 동물사료 과학적 평가땐 신뢰 회복”
시민단체 “전면 개방을 위한 명분 만들기” 비판
시민단체 “전면 개방을 위한 명분 만들기” 비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뒤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내년 총선 이후에 2008년 쇠고기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처’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월령 제한을 푸는 열쇠로 삼는다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미국의 통상전문지 <인사이트 유에스 트레이드>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처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하게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처 강화안 공포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내세웠던 2008년 4월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와 상당히 비슷하다. 미국 쪽은 당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을 내용으로 한 한-미 간의 협상을 타결한 지 일주일 만에 사료 금지 조처 ‘강화안’을 연방 관보에 공표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불붙으면서 한-미 두 나라는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는 한시적인 조건을 붙어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게 됐다. 이는 물론 한시적인 조처며, 미국은 애초 목표대로 국내 시장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드미트리어스 머랜티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지난 4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한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 데 대해 우려한다”며 “국제적 과학기준에 부합하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쇠고기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본부장의 ‘과학적 평가’ 발언과 통하는 데가 있다. 2008년과 비교할 때 개방 조건이었던 금지 조처 ‘공포’를 2012년에는 금지 조처에 대한 ‘과학적 평가’로 바꾸었을 뿐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처는 광우병 교차오염을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과 비교해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06년 미국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동물사료 사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미국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가운데 30개월 이상의 뇌와 척수(90%)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0%의 광우병 위험물질은 지금도 돼지, 닭, 칠면조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미국 정부의 사료규제 조처와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연계시키려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