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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감 몰아준 대기업에 공정위, 과징금 60억원

등록 2011-12-29 20:50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대기업들이 철퇴를 맞았다. 2007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글로비스에 대한 운송물량 몰아주기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면적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칼을 빼든 건 처음이다. 공정위는 내친김에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의 사례로 꼽히는 시스템통합(SI) 분야까지 손을 보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29일 웅진(34억여원), 에스티엑스(STX·11억여원), 한화(14억여원)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물렸다. 웅진그룹 계열사 5곳은 2005~2011년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인 ㈜웅진홀딩스에 사무용품 구매 등을 맡기면서 유통마진은 물론이고 구매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까지 ‘이중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웅진홀딩스는 윤석금 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78%다. 계열사들은 사장단 회의에서 ‘웅진홀딩스의 이익을 높이라’는 지시를 받고 지원에 나섰다.

㈜한화는 중소도매업자들한테 맡겼던 부생연료유 위탁판매를 계열사인 한화폴리드리머로 돌리면서, 위탁판매 수수료를 중소업자들보다 80%나 더 쳐주는 식으로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중소기업의 일감을 빼앗아 계열사에 돌린 전형적인 사례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은 2007년 아파트 건설 경험이 없는 계열사 에스티엑스건설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원아파트 공사를 발주했다. 에스티엑스건설은 강덕수 그룹 회장과 두 딸이 75% 지분을 갖고 있는 비상장사다. 당시 에스티엑스건설이 수주한 다른 공사에 견줘 15%나 많은 공사대금(563억원)이 지급됐다.

공정위는 현재 삼성에스디에스(SDS) 등 시스템통합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조사중이다. 시스템통합 계열사들은 삼성·현대차 등 재벌 기업들이 총수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삼아온 대표적인 사례들이어서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제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빼앗고 부당한 경쟁상 우위를 얻지 않도록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제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도 있다. 공정위가 총수 일가 지분이 많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엘지(LG)의 서브원, 현대차의 현대엠코 등 엠아르오사와 건설사를 각각 서너 곳씩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한 탓이다. 엠아르오 1위 업체인 서브원의 경우, 엘지전자가 협력사한테 거래를 강제한 행위가 적발됐지만 가장 낮은 제재인 ‘경고’ 조처만 내려졌다. 경제개혁연대의 채이배 회계사는 “공정위 조사가 미흡하거나 부당지원금액을 계산하는 심사 지침이 뚜렷하지 않아 몇몇 기업밖에 제재하지 못한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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