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웃는 기업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에게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량 판매 가격을 최대 525만원까지 내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사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공격적인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강화 전략을 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기 몇개월 전부터 가격 인하 바람이 불었다. 협정 발효에 따라 미국산 수입차에 적용하는 관세가 종전 8%에서 4%로 낮아지는데다 배기량 2.0ℓ 이상 차에 적용되는 자동차세와 특별소비세도 각각 2~3%가량 떨어지는 것을 고려해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이를 선반영해왔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수입차 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더 넓은 선택권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차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지만 표정이 어둡지는 않다. 완성차 수출 관세(2.5%) 인하가 4년 유예되기는 했지만 이번 협정 발효에 따라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수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관세(2.5~4.0%) 폐지에 따라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체들 역시 미국산 농산품 및 가공품 매출 증대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15% 관세가 없어진 와인 수입업체 중 하나인 금양인터내셔널은 15일부터 가격을 평균 10% 인하한다. 이마트가 15일부터 28일까지 미국산 와인 80여종을 최대 40% 할인해 팔기로 하는 등 대형마트들도 미국산 와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관세가 기존 50%에서 30%로 내려가는 미국산 오렌지와 같은 과일 값도 큰 폭으로 내릴 전망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판매가는 기존 대비 10%가량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맥주, 쇠고기, 돼지고기, 견과류 등도 관세 인하 효과가 발생하지만 와인이나 과일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산 맥주 관세 30%는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며, 올해 인하분은 3.4%포인트로 크지 않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이미 할당관세로 냉동은 무관세로 일정량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에는 22.5%의 관세가 붙는 냉장 돼지고기도 관세 인하 대상이 된다. 하지만 10년 균등 철폐라서 당장 판매량이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경락 조기원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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