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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안산엔 협동조합 정착 밀어주는 ‘화랑신협’이 있다

등록 2012-07-12 19:25수정 2012-08-17 09:04

1990년 안산소비자협동조합 설립 때부터 함께 활동하며 지금의 화랑신협을 일궈온 주인공들이 10일 안산시 고잔1동 화랑신협 건물 앞에서 손을 잡았다. 오른쪽부터 임준용 전무, 김상열 이사장, 손금화 상무, 주영덕 감사실장이고, 임선재 초대 이사장은 병환중이어서 함께하지 못했다. 맨 왼쪽은 안산사회복지사협회 장지훈 사무국장.
1990년 안산소비자협동조합 설립 때부터 함께 활동하며 지금의 화랑신협을 일궈온 주인공들이 10일 안산시 고잔1동 화랑신협 건물 앞에서 손을 잡았다. 오른쪽부터 임준용 전무, 김상열 이사장, 손금화 상무, 주영덕 감사실장이고, 임선재 초대 이사장은 병환중이어서 함께하지 못했다. 맨 왼쪽은 안산사회복지사협회 장지훈 사무국장.
[99%의 경제]
신용협동조합(신협)은 서민들이 스스로 고리채를 극복하자고 세운 건강한 금융기관이다. 조합원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사명이다. 월가 점령시위에서는 안전한 신협으로 예금을 옮기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협은 협동조합 생태계에서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구실을 한다. 경기 안산지역 협동조합의 심장은 화랑신협이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의 소박한 화랑신협 건물을 찾았다. 2009년에 문을 연 우리생협치과가 2, 3층에 들어서 있다. 진료용 의자가 8개이고 의사가 2명, 치과위생사가 8명이나 되는 만만찮은 규모이다.

“모두 친절하고, 가격이 마음에 쏙 들어요. 다른 치과에 가면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여기 선생님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편하게 대해주세요. 너무 좋아요.”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장미옥(36)씨에게 말을 건네자, 속사포처럼 칭찬이 쏟아져나왔다. 장씨는 시댁 형님의 입소문을 듣고, 멀리 시화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좋은 재료 값싸게 쓰니까 우리 스스로 떳떳해요. 다른 치과는 위생사가 자주 바뀌는데 여기는 일하는 분위기가 참 좋아요. 원장 선생님이 옆집 아저씨 같거든요. 마을모임(조합원 간담회)에도 원장님과 우리 위생사들이 자리를 같이해요. 똑같은 조합원이잖아요.” 밝고 당당하게 말하는 정민재 위생사의 표정이 아름다웠다.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우리생협치과는 개원 이듬해인 2010년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좋은 재료를 값싸게 제공하고 얻은 결과여서 더욱 자랑스럽다. 우리생협치과가 활기를 띠면서 적자 몸살을 앓던 안산의료생협 경영도 덩달아 호전됐다.

약한 사람들이 함께 꾸리는 사업체이기에 지역사회의 협동조합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초창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협동조합 금융의 구실이 절실하다. 스페인 몬드라곤에서는 노동인민금고가, 강원도 원주에서는 밝음신협이 ‘혈액’을 공급했다. 안산에서는 화랑신협이 협동조합 생태계의 피를 돌게 하는 구실을 자임하고 있다.

화랑신협은 안산의료생협, 아이쿱안산생협, 경기남부두레생협과 함께 우리생협치과의 공동 설립에 참여했다. 우리생협치과가 사용하는 공간을 무상임대로 제공해 초기 정착에 큰 힘을 보탰다.

임준용 화랑신협 전무는 “1990년에 타지에서 들어와 고잔역전 근처 달동네에서 살던 18명의 주민이 서로 돕고 살자고 안산소비자협동조합(초대 이사장 임선재)을 세웠고, 그것이 화랑신협과 이곳 여러 생협들의 뿌리”라며 “20년 만에 협동의 힘이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지역 ‘협동조합들간의 협동’의 저력은 올 3월 안산협동조합협의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화랑신협은 지역의 협동조합들을 상대로 교육과 인큐베이팅, 자금 공급 등을 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다져나가는 중이다. 손에 잡히는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초창기 조합 금융역할 맡아
지역사회 협동의 힘 꽃피워
2022년까지 10억 지원 예정

치과등 설립에도 참여하고
청소년그룹홈 사업도 착수
“금리보다는 주민들이 우선”

‘청소년그룹홈’ 4곳을 운영하는 성기만 목사와 12명의 직원들은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의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그룹홈을 떠난 뒤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목공 사업체를 꾸릴 예정이다. 5000여 중국동포들의 지역 교회에서는 인력파견 협동조합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동포들이 인건비를 제대로 받고, 직장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다. 60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식자재 공동구매 협동조합을 생각하고 있다. 60곳의 물량을 모두 합치면 연간 예산만도 15억원에 이른다. 화랑신협의 주영덕 감사실장이 이들을 이끄는 ‘협동조합학교’의 교장 노릇을 하고 있다.

안산사회복지사협회의 장지훈 사무국장은 “화랑신협을 동네금고처럼 생각해, 회계나 자금운영 같은 것을 마음 편하게 의논하라고 사람들한테 말한다”며 “복지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면 효과를 극대화하고 복지사업을 향한 은근한 불신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랑신협은 올해부터 10년 동안 1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조성에 들어갔으며, 21명의 직원이 모두 경영 컨설턴트 자격을 갖추기로 했다.

협동조합의 기운은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카센터 업체 400곳은 부품을 직접 구매하는 협동조합 설립을 꾀하고 있다. 서로 합심하면 대기업 대리점에 중간 마진을 떼이지 않아도 된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6월부터 출자자 모집에 들어갔다. 올 12월에는 30㎾의 전기를 생산하는 1호 햇빛발전소(총사업비 1억원)가 힘찬 날갯짓을 시작할 것이다.

화랑신협의 김상열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신뢰의 품앗이”라며 “금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지역주민의 절실한 필요로 만나다 보면, 진정한 신용협동조합이 된다”고 말했다.

안산/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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