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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증권사 말단이 적당히 CD금리 ‘호가’ 입력할 때도 있다”

등록 2012-07-19 19:14수정 2012-07-20 10:12

최근의 회사채 금리 하락에도 CD금리 거의 불변
최근의 회사채 금리 하락에도 CD금리 거의 불변
CD금리 결정구조 어떻기에
CD 거래물량 거의 없어 금리 매기기 어려운 날 많아
‘슈퍼갑’ 은행 눈치보는 증권사들, 고금리 유지 가능성
전문가들 “단기금리 지표 대체수단 마련 시급” 강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의 파장이 커지면서 불투명한 시디금리 결정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시중은행이 시디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다, 거래물량이 급감해 적정 금리를 산정할 기준도 사라진 상태다. 시디금리 변동은 은행 수익성과 직결돼 있어, 계열 증권사 등을 통해 고금리 유지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단기금리 지표의 상징 시디는 은행 창구에서 개인이 예금처럼 가입하는 ‘영업점 시디’와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시장성 시디’로 나뉜다. 단기금리 지표로 활용되는 것은 시장성 시디 금리다.

은행은 그동안 자금조달을 위해 일종의 채권인 시디를 발행해왔다. 만기 구조가 한달(30일), 석달(91일), 반년(181일물) 등으로 짧아, 만기 도래 시기를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은행이 예를 들어 4%의 이자를 붙여(발행금리) 시디를 발행하면, 증권사가 이를 인수해 시장에 유통시킨다. 주요 고객은 자산운용사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이다. 여기서 형성되는 것이 유통금리인데, 이 유통금리가 변동금리부 대출의 주요 기준이 된다.

시디 역시 일종의 금융상품이어서 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는 오르내림을 거듭하게 된다. 사실상 단기자금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유일한 금리이다 보니, 신용대출을 비롯해 3개월·6개월 단위로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등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은행의 수익을 남기기 위해 대출금리엔 시디금리에 ‘알파’(α)가 더해진다.

4대 은행의 경우 2009년부터 시디를 거의 발행하지 않는다. 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추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있었는데, 시디는 예금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서 관계자는 “시디를 발행하면 이자를 줘야 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을 따로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운용처가 없다”며 “자칫 고금리만 무는 ‘노는 돈’이 될 수 있어 시디 발행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큰손’ 은행이 금리 입김 표면상 은행과 증권사는 각각 발행과 유통을 맡은 독립주체이고 별도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실제 증권사는 은행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은행은 시디 발행처이지만 동시에 주요 수요처이자 증권사의 ‘고객’이기도 하다. 은행은 자산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거나, 단기자금 운용을 위해 시디를 대거 사들이는 ‘큰손’이어서 증권사는 은행 앞에서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인 증권사에 대해선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더욱 크다. 특히 2009년부터는 시디 거래물량이 급감해 단기자금의 시장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시디 거래가 한건도 없는 날에는 적당히 금리를 매겨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 증권사 간부는 “바쁠 때는 말단 직원이 다른 단기금리 지표를 참고해서 적당히 호가를 입력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를 통틀어 시디를 거래한 날이 5일 미만이며, 거래금액을 다 합쳐봤자 1000억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신규 발행물을 맡기면 그나마 운이 좋은 날이다. 증권사로서는 고민할 필요 없이 발행한 은행 쪽에서 요구하는 금리를 그대로 보고하거나 전날 고시금리를 반영하면 된다. 은행으로선 시디금리가 높아야 이자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런 이해관계가 증권사의 유통금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금투협도 증권사들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시디 거래 물량이 대폭 줄어든 데 있고 이를 금융당국도 잘 알고 있다”며 “시중 단기금리 지표의 대체수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혜정 기자, 박순빈 선임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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