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아마추어가 만드는 경제정책

등록 2012-08-30 19:30수정 2012-09-06 19:33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99%의 경제]
HERI의 시선
프로 바둑기사와 아마고수가 붙은 대국을 보았다. 아마에서는 손꼽히는 고수지만 프로기사는 두어점을 깔아주고도 이겼다.

경제정책은 지금까지 프로의 세계였다. 연구소의 연구원, 정부 관료, 대학의 학자 같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프로이기에 짜임새 있고 정제된 정책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게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발주자의 입맛에 맞는 정책, 단지 1%의 국민을 위한 정책이 적지 않았다.

경제가 99%의 국민을 위해 돌아가려면 관련한 정책을 생산하는 과정도 바뀌어야 한다. 보통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떠올린 개선책을 제시하면 독립적인 시민사회 연구소가 전문성을 보태고 정치권이 채택해 정책화하는 길이 더 넓어져야 한다. 그래서 한겨레신문사는 9월1일부터 3주에 걸쳐 ‘21세기형 만민공동회’를 열어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에 공약으로 채택되길 원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참가신청 www.10000min.net/)

새로운 정책 생산 실험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리 받아본 정책제안 중에는 참신한 것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그대로 발표하기 어려운 ‘아마추어’적인 아이디어들이었다. 아직 자신의 생각을 정책의 틀로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아서이다.

생산적인 토론을 해본 경험이 적어 하나의 아이디어에 다른 것을 붙이고 재해석해 멋진 정책으로 개발해 가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토론회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마이크 독점형’, ‘비분강개형’, ‘개인 민원형’ 발언자들을 제어하는 일도 과제이다.

만민공동회는 참여자의 의견이 고르게 반영되는 토론방법을 선보인다. 테이블별로 몇장의 접착식 메모지를 나눠주고 각자 자신의 아이디어를 써 A4 종이에 붙인 뒤 다른 사람과 바꾸도록 한다. 다음 토론자는 이를 읽어본 뒤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가로 써서 붙이는 방식이다. 비슷한 내용끼리 분류한 뒤 관통하는 열쇳말을 찾아내 정책 어젠다를 표현하는 문장으로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각 테이블의 정책 어젠다가 모두 모여 한번 더 발전한다. 이렇게 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하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아마추어들의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들의 정책 독점이 ‘강자독식’ 경제로 이어지는 것도 완화할 수 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사표 품고 사는 직장인 위한 ‘사표 사용설명서’
꼭꼭 숨기고 가짜 찍어내고…5만원권 ‘돈맥경화’
나주 초등생 아버지 “물만 먹던 딸 이젠 죽을 먹네요”
“실수로 고환 제거하면 호르몬 먹으면 된다”
며느리도 몰라~ 편의점의 비밀 ‘진열 공식’
횡단보도에 누워있는 저들은 누구?
[화보] 매력 넘치는 ‘차칸’ 그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체코 원전’ 매달릴 때, 한국경제는 사면초가 1.

윤 대통령 ‘체코 원전’ 매달릴 때, 한국경제는 사면초가

‘윤 원전외교’ 동행한 4대 그룹 총수, 눈에 띄지 않는 행보 2.

‘윤 원전외교’ 동행한 4대 그룹 총수, 눈에 띄지 않는 행보

자영업자 75%, 월 100만원 못 벌어…95만명은 ‘소득 0원’ 3.

자영업자 75%, 월 100만원 못 벌어…95만명은 ‘소득 0원’

추석 귀경길 ‘농로대란’ 일으킨 티맵 “그렇게 몰릴 줄 몰랐다” 4.

추석 귀경길 ‘농로대란’ 일으킨 티맵 “그렇게 몰릴 줄 몰랐다”

넥슨, 80만명에 219억원 보상…업계 ‘확률형 아이템’ 벗어나나 5.

넥슨, 80만명에 219억원 보상…업계 ‘확률형 아이템’ 벗어나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