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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싱크탱크 광장] 토론자 이구동성 “출총제는 실효성 없다”

등록 2012-09-04 19:33수정 2012-09-04 21:31

한겨레경제연구소와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실이 지난달 27일 공동주최한 ‘경제민주화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혁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정희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인턴연구원
한겨레경제연구소와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실이 지난달 27일 공동주최한 ‘경제민주화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혁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정희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인턴연구원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혁안 토론회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비판 여론이 강했던 지난 1년 사이에도 대기업 그룹 간 내부거래가 30% 늘어났다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혔다. 재벌 총수에게 이익을 퍼주고, 때로는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쓰이는 이런 불공정 관행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은 재벌의 독특한 소유·지배 구조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 보더라도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개혁은 이제 하느냐 마느냐는 당위성보다는 어떻게 잘할 것인지를 연구할 때가 됐다. 그래서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활발히 발의하고 있는 김기식 의원실(민주통합당)과 함께 재벌 소유·지배 구조

의 개선 방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발제는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하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해 온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맡았고, 기업·정부·학계 등의 전문가를 토론자로 초대했다. 토론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참가자>

발제: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

토론: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정중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전성인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사회: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구체적인 방안 무엇인가

*출총제: <출자총액 제한제도>

이 토론회에서 참가자 누구도 출자총액 제한제도(출총제) 재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다. 출총제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이지만 △재계의 압력을 받아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고 △빠져나갈 수 있는 예외가 많은데다 △기업의 투자를 저해한다는 비판에 부닥쳐 부활해도 실효성과 지속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발제자는 그 대신 기업을 새로 인수하거나 대주주가 지분을 확대할 때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나 연금의 대주주 견제가 가능하도록 법규를 정비하자고 제안했다.

쟁점 ① 출자 규제보다 출자 강제를
발제자 지금까지는 재벌의 출자를 규제해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억제해 왔다. 이젠 출자를 규제하기보다 유도하고 강제하는 방법을 쓰자. 과거에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재도입하는 것이다. 즉 본인과 특수관계인(가족 등)을 합해 어떤 회사의 주식을 25% 이상 사들이거나, 이미 25%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 추가로 1% 이상 사려고 할 때, 나머지 주식 전부에 대해 공개매수를 제의하도록 의무화하자. 공개매수에서 최소한 주식의 50%+1주를 사야 그 주식취득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50% 이상 보유하게 해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제도다.

배상근(이하 배) 출총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대안으로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하는 데는 반대한다. 핵심에 집중하자는 뜻이지만 나머지 자회사를 다 팔아도 한 회사지분을 25% 이상 사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또 비용도 문제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이 보유(41.6%)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할 때, 의무공개매수로 50% 이상을 사라고 하면 해외자본 외에는 살 곳이 없을 것이다.

정중원(이하 정) 나 역시 출총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의무공개매수제는 무분별한 계열 확장을 억제하고 핵심역량에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겠으나 현실에 적합한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이는 기업인수 비용을 높여 인수·합병(M&A)을 아예 불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다. 또 실물투자에 쓸 자금을 지분인수에 투입하는 역기능도 우려된다. 또 (50% 이상을 보유함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에 의한 경영권 견제가 어려워져, 소액주주 보호라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만일 어느 기업이 내부지분율을 25%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임원 선임 등을 통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면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전성인(이하 전) 재벌 규제는 소유규제와 행위규율이 있다. 그런데 행위규율만으로는 재벌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잘못해도 1조원 내면 풀려나지 않나? 재벌 문제는 행위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거나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하는 등 소유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정면 승부 없이 올바로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김정호 이런 제안은 1%로 99%를 지배하는 의결권 괴리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문제의식부터가 잘못됐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가진 주식 1주는 의결권이 10주다. 이를 부당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으며, 각 기업이 선택할 문제다. 순환출자나 피라미드 출자도 마찬가지다. 그런 회사의 주식을 산 투자자는 알고서 산 것이다. 그래도 수익이 날 것 같으니 사는 것이다.

김우찬 이 제도를 도입하면 외국기업에 우리 기업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외국기업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되기에 그런 염려는 없을 것이다. 투자가 위축된다고 하나 주식을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팔아서 돈을 받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투자는 줄지 않는다. 재벌이 지분을 24%만 갖고 규제를 피해나가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책 패키지가 중요하다. 주총이 강화돼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가 위임장 대결에 나설 경우 25% 미만의 지분을 갖고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쟁점② 지주회사제도를 강화하자
발제자 이 제도는 여러 재벌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몇 차례 규제가 완화되며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20%만 가져도 되는 등 지금은 피라미드 형태의 지배구조로 변환됐다. 의무공개매수제가 도입될 경우 이에 맞춰 이를 강화해야 한다.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율을 50% 이상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증손자회사 지분은 100% 보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대주주가 지주회사에 대해서만 지배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손자회사의 지분 하한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소수지배문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또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올리려면 엄청난 매입비용을 써야 한다. 그만큼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은 지주회사의 출자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은 지주회사 형태의 재벌에는 작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재벌에는 효과가 없다. 이걸 시행하려 할 경우 재벌은 죽기 살기로 저항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먼저 유도할지, 지주회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지배하는 수단을 박탈할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규제를 강화하면 재벌이 지주회사 전환을 꺼리게 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총수가 지배력을 쉽게 확대하는 측면이 있으나 구조가 단순화되기 때문에 지주회사체제는 차선책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3단계 이상 출자를 못하고, 순환출자나 계열사 간 출자를 못해 소유구조가 단순 투명해진다. 지분율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지주회사가 자율적으로 높여가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 재벌 대기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쟁점③ 주주총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하자
발제자 대주주를 견제하자는 사외이사제도가 독립성을 잃어 무늬뿐인 제도가 됐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이나 총수 일가가 아니라 소액주주 등 외부의 주주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주총회의 권한을 강화해 주주의 견제를 받게 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이나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대규모로 자산을 양수·양도하는 경우는 이사회 의결이 아니라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변경해야 한다. 또 위임장 대결이 쉽도록 하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이 56.1%에 이르는데 주주에 의한 견제 강화가 대기업집단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것도 정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총수 일가의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방향에는 동감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제, 세정강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자칫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이른바 ‘연금사회주의’로 왜곡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대기업은 무한경쟁에 놓여 있는데 국민연금이 경영전략, 투자전략, 지배구조에 대해 지도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총수 일가에 대해서는 상법상의 충실의무를 부과해 등재 여부와 관계없이 등재 이사로 간주해야 한다. 또 재벌 계열사의 경우 비상장회사라 해도 이사의 선임과 관련해서는 상장회사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특수관계인의 규정을 대폭 강화해 총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모든 법인과 개인을 포함시켜야 한다.

사회 오늘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권리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주주 사이에 권리가 균형있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서민경제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이 영리기업만의 마당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처럼 공적인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열띤 토론 감사하다.

정리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총수 횡령·배임 처벌 무겁게 하자” 비슷
순환출자 금지 “신규만”-“기존 포함” 차이

여야 발의 ‘경제민주화 법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앞다퉈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했다.

모처럼 여야가 함께 경제 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셈인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얼마나 본래의 취지대로 입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3개 법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개선이나 불법, 불공정 관행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내 개혁그룹이 일부 보수그룹의 견제를 뿌리치고 1, 2, 3호 식으로 밀고 나감으로써 국민들에게 이슈를 선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9개의 법안을 제출했고 당내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을 중심으로 입법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발의한 법률은 큰 틀에서 방향은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횡령·배임 등 기업주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하는 점은 두 당이 낸 법안이 비슷하다.

하지만 순환출자에 대해 새누리당의 법안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되어 있다. 민주당은 출자총액 제한제를 부활하는 한편 순환출자 금지 범위에 기존에 진행된 대기업의 순환출자까지 포함시켰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비은행 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금산분리 측면에서 새누리당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한편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 “입법을 위한 협상에 나서자”고 공개 제의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두 모임이 추진하는 정책 중 같은 것도 많은 만큼 공조의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선 새누리당이 제출한 3가지 법률을 논의하고, 이어 새누리당이 4호 법안으로 검토하던 금산분리 강화 법안도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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