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애/사단법인 씨즈 대표
[99%의 경제]
HERI의 시선
HERI의 시선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정책 경쟁이 뜨겁다. 이번 기회에 기업과 국가 구매제도의 혁신, 시민소비의 혁신을 제안한다.
대기업들은 중소 거래업체에 대해 단가 후려치기 식의 불공정 거래를 지속하거나 재벌그룹내 일감 몰아주기 식의 부당 이익 편취를 통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사다리를 빼앗아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재벌의 내부거래가 139조원(14.5%)으로 1년 만에 또 28% 이상 증가했다. 대기업의 구매가격과 거래업체 결정 과정에서 상호이익과 납품업체 노동자 임금 보장을 위한 이윤 분배 제한 조치 등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화는 물론 노사민정위원회와 같은 거버넌스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책임 이행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가경제의 10% 규모에 달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100조원대 공공구매 혁신도 요구된다. 지금은 상호출자제한집단과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상인 53%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조달의 계약기준을 가격 경쟁력에 앞선 대기업에게 유리한 최저가 낙찰제를 작용한 결과이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서 공공조달의 혁신과 연계는 매우 시급하고 유용한 과제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이 공공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전체 공공조달 금액 122조원 중 541억원(0.04%), 2011년 서울시 공공조달액 2조 8천억원 중 117억원(0.0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용부의 3% 권장 수준에도 크게 못미친다.
다행히 서울의 성북구청처럼 ‘사회적경제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대한 조례’를 시행하는 조달혁신의 모범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상위 법령을 개정해 보다 사회통합적이며 경제민주화의 진척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책임 조달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에서는 공공조달 정책으로 사회통합을 제고한다는 목표를 두고, 2004년에 ‘사회책임 조달제’를 도입했던 바 있다. 자유경쟁의 원리에 입각한 최저 가격제에서 벗어나 지역고용과 지역재생에 재투자하는 기업, 조달 납품 이익의 재분배도가 높고 노동자의 사회권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 환경 친화적이고 차별 지양적인 기업에 대한 공공구매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내 공공조달 제도 혁신의 필요성이 합의되고, 사회책임 조달로의 이행이 가능한 제도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건전한 중견기업 및 사회적경제 성장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가계소비의 시민적 사회책임도 제고되어야 한다. 알뜰 소비나 친환경 제품 소비를 넘어, 지역 고용과 공동체 자산 증가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의 혁신적 서비스를 공급하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기업들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자는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사회적 기업들이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은애/사단법인 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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