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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수많은 예측치 기반으로 전망…하나만 틀려도 ‘삐끗’

등록 2012-10-21 20:34

진단과 전망 l 성장률 전망 왜 틀리나
다른 기관 발표 내용도 판단기준
평균 금리 등 변수도 100개 달해
해마다 성장률 전망치 틀리지만
원하는 미래 만드는 ‘사회적 대화’
가로수에 단풍물이 오르면 차츰 내년이 시야에 들어온다. 새해엔 경제가 좀 기지개를 켜려나?

그런데 국내외 전문기관이 내놓은 내년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주 내년 세계경제의 전망치를 또 낮췄다. 유로존이 여전히 암초다. 국제통화기금은 “심각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놀랍도록 높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외풍’을 심하게 타는 한국 경제는 올해 2.7% 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는 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주 후반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4%로, 내년 성장률을 3.2%로 대폭 낮춰서 예상했다. 이맘때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하는 기업들은 신발끈을 한층 더 조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2%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비상경영에 버금가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는 경제전망이 맞아떨어진 일이 드물다는 게 차라리 위안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경제전망의 부정확성은 또 도마에 올랐다. 이한구 의원(새누리당)은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실제성장률이 평균 2.4%포인트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1%에 보통 일자리 7만개가 달려 있다고 본다면 심각한 오차인 것이다. 이인영 의원(민주통합당)도 한국은행의 최근 5년간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니, 실제와 평균 2%포인트 오차를 보였다고 몰아세웠다.

사실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은 맞지 않기로 유명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4년 전직 재무부 장관들, 대기업 회장, 경제학 전공 대학생, 환경미화원을 불러놓고 ‘10년 후 미래 경제상황 맞히기 게임’을 해 1994년 결과를 공개했는데, 환경미화원이 가장 근사하게 맞혔고, 전직 재무장관들은 꼴찌를 했다. 주가 예상 게임에서 원숭이가 시장 분석가를 이긴 경우는 많다.

출근해서 그 일만 하는 전문가들이 국가의 경제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률 예상부터 틀리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틀릴 수밖에 없는 게 경제예측이다. 무엇보다 경제예측은 다른 사람의 예측을 기반으로 예측을 하고, 이런 수치들이 서로 되먹임 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성장률을 예측할 때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 등 성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와 정책관련 변수를 예측해서 이를 경제모형에 대입한 뒤 연립방정식을 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 성장률, 국제유가 같은 외생변수나 평균 금리 같은 정책변수의 가정치를 넣어주는데 이런 변수가 50개에서 많게는 100개에 이른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같은 외생변수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대체로 미국에너지정보청(EIA)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전망치를 평균해서 사용하는데, 이 기관의 예상 역시 세계경제 성장 전망처럼 앞서 나온 다른 예측치를 참고해 산출한 수치라는 점이 문제다. 마주 놓인 거울 속에서 이미지가 터널처럼 이어지듯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에, 한가지가 삐끗하면 전체 예측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고 숫자가 나오면 그대로 발표하는 것도 아니다. 부문별 전문가들이 모여 수치가 적절한지 점검하고 조정도 한다. 이때는 전문가가 느끼는 감이 중요하겠지만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했느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다른 곳과 큰 차이가 나는 수치를 발표할 용기를 내는 곳은 거의 없다. 혼자 `중뿔나게’ 나서서 맞히느니 다 같이 틀리는 쪽에 서는 게 안전하다는 묘한 심리가 작용한다. 또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관변 예측기관은 2.9%로 해서 “2%대 저성장”이란 비관적 신문제목이 뽑히게 할지 3.0%로 예상해서 “아직은 3%대구나”란 느낌을 줄지도 고민한다.

그래도 여러 전문가가 집단지성을 발휘했으니 맞으면 좋겠지만 틀리는 이유가 하나 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컨센서스는 지금 예상하는 것들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면 이런 성장률 수치가 나오리란 것이다. 그런데 예측치가 나오자마자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한다.

경제학자인 케인스는 미래는 알 수 없다고 보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경기침체와 실업을 완화하는 데 몰두했다. 그렇다고 경제전망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경제 전문가의 전망과 이에 대한 정부, 기업, 가계의 대응은 어떤 상황을 예견하고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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