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동부 볼로냐 인근 산라차로 디사베나시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 라치코냐는 건물 지붕에 있는 태양광 집열판으로 전력의 60%를 충당한다.
99%의 경제
이탈리아 협동조합 어린이집 ‘라치코냐’
이탈리아 협동조합 어린이집 ‘라치코냐’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볼로냐 남동쪽 인구 3만명인 작은 도시 산라차로 디사베나시 어린이집 ‘라치코냐’(La Cicogna)를 지난 15일(현지시각) 찾았을 때, 노란색 외벽 1층 건물 지붕에 있는 태양광 집열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태양광 집열판으로 연간 1만9000㎾h의 전력을 생산해 이 어린이집 소비전력의 60%가량을 충당한다고 했다. 지열 시스템도 도입해 건물 냉난방에 쓴다.
어린이집 방안을 오렌지색과 녹색으로 칠해 건물 안에는 자연채광 방식으로 햇빛이 많이 들어와 밝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나이별로 네 구역으로 나눈 널찍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마다 사진이 붙은 사물함과 우편함이 있었다. 교사들은 거의 날마다 아이들이 하루 동안 뭘 먹고 어떻게 놀았는지를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부모에게 보내준다고 한다.
라치코냐는 이탈리아 돌봄서비스 협동조합 카디아이(CADIAI) 등이 볼로냐시와 민관 파트너십을 형성해 추진하는 ‘카라박(CARABAK) 프로젝트’로 세워졌다. 카라박 프로젝트에 따라 라치코냐 등 11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지을 예정이다. 카라박 프로젝트는 카디아이뿐만 아니라 급식노동자협동조합 ‘캄스트’, 건축노동자협동조합 ‘치페아’ 등 4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육시설을 설립·운영하는 사업이다.
급식노동자조합 ‘캄스트’
건축노동자조합 ‘치페아’
돌봄서비스조합 ‘카디아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뭉쳐
조합기본법에 개념 명시도 조합원에 좋은 일자리 주고
수요자에는 질높은 서비스
“한국사회 틈새사업 발굴
청년실업 등 해소 좋은 모델” 치페아 소속 건축노동자들이 보육시설 공사를 맡고, 캄스트 소속 급식노동자와 카디아이 소속 유치원 교사들은 안정적 일자리를 얻었다. 개인이 이룰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럿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듯이, 개별 협동조합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이루기 위해 협동조합끼리 협동해 어린이집을 만든 것이다. 대부분 협동조합은 농민이나 소비자, 노동자 등 특정 계층과 직능별로 조직돼 각 집단 구성원의 공통이익을 위해 일한다. 이에 견줘 카라박 프로젝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켜 눈길을 끈다. 카디아이 관계자는 “카라박 프로젝트는 협동조합을 통해 보육이란 사회적 목적 실현과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원각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은 “카라박 프로젝트는 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모델이다. 이해관계자 협동조합 개념은 12월 시행될 협동조합기본법에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라치코냐 1~2살반 교사인 키아라(40·여)는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 이곳에서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카디아이 조합원인 어린이집 교사들은 임신하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5개월의 출산휴가 기간에 평상시 급여의 100%를 받는다. 다른 보육시설 교사의 경우 출산휴가 급여는 80%다. 노동자협동조합답게 조합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설명이다. 카라박 프로젝트는 조합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자들에게는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힘쓰고 있다. 라치코냐에는 0~3살 영유아 83명이 다니고 교사는 모두 16명이어서 교사 1명에 아이 5명꼴이다. 다른 보육시설에서 교사 1명이 7명가량을 돌보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다. 라치코냐 교사 중 한 명은 보육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 프로그램만 전담해 꾸린다. 라치코냐의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주지카 비치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논다.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익히는 것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배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고 교육 방향을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라치코냐를 둘러본 뒤 “우리 사회에 방치돼 있는 틈새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하면 실업자, 은퇴한 어르신, 청년 등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협동조합 형태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산라차로 디사베나(이탈리아) 글·사진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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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동부 볼로냐 인근 산라차로 디사베나시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라치코냐 어린이집에서 15일 오후(현지시각) 아이들이 교사와 지내고 있다.
건축노동자조합 ‘치페아’
돌봄서비스조합 ‘카디아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뭉쳐
조합기본법에 개념 명시도 조합원에 좋은 일자리 주고
수요자에는 질높은 서비스
“한국사회 틈새사업 발굴
청년실업 등 해소 좋은 모델” 치페아 소속 건축노동자들이 보육시설 공사를 맡고, 캄스트 소속 급식노동자와 카디아이 소속 유치원 교사들은 안정적 일자리를 얻었다. 개인이 이룰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럿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듯이, 개별 협동조합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이루기 위해 협동조합끼리 협동해 어린이집을 만든 것이다. 대부분 협동조합은 농민이나 소비자, 노동자 등 특정 계층과 직능별로 조직돼 각 집단 구성원의 공통이익을 위해 일한다. 이에 견줘 카라박 프로젝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켜 눈길을 끈다. 카디아이 관계자는 “카라박 프로젝트는 협동조합을 통해 보육이란 사회적 목적 실현과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원각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은 “카라박 프로젝트는 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모델이다. 이해관계자 협동조합 개념은 12월 시행될 협동조합기본법에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라치코냐 1~2살반 교사인 키아라(40·여)는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이 좋다. 이곳에서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카디아이 조합원인 어린이집 교사들은 임신하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5개월의 출산휴가 기간에 평상시 급여의 100%를 받는다. 다른 보육시설 교사의 경우 출산휴가 급여는 80%다. 노동자협동조합답게 조합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설명이다. 카라박 프로젝트는 조합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자들에게는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힘쓰고 있다. 라치코냐에는 0~3살 영유아 83명이 다니고 교사는 모두 16명이어서 교사 1명에 아이 5명꼴이다. 다른 보육시설에서 교사 1명이 7명가량을 돌보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다. 라치코냐 교사 중 한 명은 보육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 프로그램만 전담해 꾸린다. 라치코냐의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주지카 비치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논다.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익히는 것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배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고 교육 방향을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라치코냐를 둘러본 뒤 “우리 사회에 방치돼 있는 틈새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하면 실업자, 은퇴한 어르신, 청년 등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협동조합 형태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산라차로 디사베나(이탈리아) 글·사진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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