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투자자-국가 소송’ 전망
“검찰 수사로 외환은 매각 지연
정부 잘못으로 막대한 손해” 주장
6개월 냉각 거쳤지만 합의 불발 서로 승소 장담…지리한 다툼 예고
중재인 하루 수당만 330만원
패소땐 수조원 세금 들어갈수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함에 따라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소송 전쟁이 시작됐다. 론스타는 지난 5월 제출한 중재의향서에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이후 정부의 잘못으로 수조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2006년 국민은행(현 KB금융지주)을 비롯해 2007년 싱가포르 디비에스(DBS)은행, 에이치에스비시(HSBC) 등 수차례 매각 시도가 정부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검찰 수사를 이유로 매각 승인을 미뤄 불발로 돌아갔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월에야 하나은행에 3조9156억원에 매각하면서 2조원 이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지난 2월 외환은행 매각에 따라 하나은행에 과세된 4310억원 등도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보장된 이중과세방지협정에 저촉돼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중재의향서 제출 이후 정부와 론스타는 6개월의 냉각기간을 거쳤다. 합의를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서로간 견해차만 확인하고,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었다. 외교통상부 김영재 통상법무과장은 “우리 정부는 ‘한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론스타 역시 양보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강경한 태도 배경에는 다른 곳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올림푸스캐피탈로부터 피소돼 지난해 말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는 “미국 오리건주 공무원연금을 대표해서 공무원 두 사람이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과 같은 것들에 관해서 적절히 공시하지 않아 오리건 정부와 론스타펀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정 다툼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된 사건은 해결되기까지 평균 2~3년 정도 시일이 걸리고, 소송 관련 비용으로만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중재인의 하루 수당이 3000달러(약 33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패소를 할 경우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 정부 쪽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서 소송이 성립되는지 수일간 검토해 맞다고 판단하면 홈페이지에 내용을 올린다. 이후 중재인 선정 방식을 두고 90일간 협의를 거쳐 중재재판부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긴 시간이 걸려 첫 법정 다툼은 내년 말께나 열리고, 결론까지는 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은 서로 승소를 장담하고 있다. 김갑유 변호사는 “론스타가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기업이 론스타처럼 주가조작 등을 했다면 다 구속되고 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처분하고 이익을 얻었다. 이는 차별받은 게 아니란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론스타 쪽인 법무법인 세종의 김범수 변호사는 “모두 소송을 앞두고 승리를 얘기한다. 사실관계와 법률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위를 내비쳤다. 현재 우리 정부는 법률대리인으로 태평양과 함께 미국의 투자분쟁 분야 로펌인 아널드앤드포터를, 론스타 쪽은 세종과 함께 미국계 다국적 로펌 시들리오스틴을 선임한 상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박 “표준약관 같은 것” 문 “독소조항 재협상” 안 “국제규범에 맞게”
‘ISD’ 세 후보의 생각은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함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표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국가 소송 조항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있는 상태다.
론스타의 제소 소식이 알려지자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 쪽은 22일 “우려했던 것처럼 투자자-국가 소송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과 함께 정권을 교체하여 한-미 자유무역협정 독소조항 폐기를 위한 재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것을 존중하지만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 독소조항은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해 “국제적 통상협정에서 일반적인 제도로 표준약관처럼 모든 협정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23일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단독 강행표결에 앞장서고, 줄곧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안철수 후보는 공약집에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해 “문제 발생시 한-미 자유무역협정문에 근거해 국제규범에 부합되게 개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이미 발효된 만큼) 문제가 생기면 재개정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론스타의 제소로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한 재개정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는 “계약금이 명시된 양해각서 등 투자계약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소송 대상이 되는 등 독소조항이 많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아예 삭제하는 것을 비롯해 국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사전동의제도를 삭제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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