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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본형 복합불황’보다 무서운 것

등록 2012-12-13 19:40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99%의 경제
HERI의 시선
요즘 일본은 우리에게 희망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따라 배워야 할 나라가 어느덧 닮지 않았으면 하는 대상이 됐다. 언론이 “일본형 복합불황 가능성” 운운하며 겁주기를 하는 것만 봐도 안다. ‘복합불황’보다 더 피하고 싶은 것은 국민소득 세계 최상위 선진국인 일본 국민의 불행한 삶이다.

일본 국민이 생각하는 삶의 질이나 행복도(웰빙)를 측정해 보면 세계 중하위권이다. 1990년 초까지는 순위가 올라갔으나 그 뒤 내리막길이다. 물론 소득은 그동안 계속 늘었다. 일본 내각부가 2008년 유럽국가들과 비교해 보니 덴마크, 영국,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등 선진국에 비해 행복도가 낮았고, 비교적 후진국이랄 수 있는 불가리아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다.

특징적인 것은 구미 선진국은 50살을 넘기면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도가 높아져 ‘U자형’ 을 보였는데, 일본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L자’로 급감하는 모습이었다.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우리나라도 조사를 해 보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달 초 한국에 온 야마우치 나오토 일본 내각부 소속 웰빙측정위원장은 가까운 사람, 특히 가족과의 친밀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조사해 보니 47개 현 가운데 후쿠이현으로 밝혀졌다. 우리 동해와 접해 있는 일본 중부의 후쿠이현은 인구가 적고 큰 도시가 거의 없는 지역이다. 날씨는 춥고 눈이 많이 온다. 하지만 가구당 평균 인구가 일본에서 가장 많고, 출생률이 가장 높다. 아울러 후쿠이현에는 아직 대가족제도가 남아 있다. 야마우치 위원장은 “이런 요소들 때문에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홀로사는 가구는 414만2000가구로 지난 10년 사이 2배가 늘어났다. 전체 가구의 23.9%로 네 집 중 한 집꼴이다. 타지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부모를 떠나고, 만혼 추세로 학교 졸업 후에도 오래 혼자 살며, 결혼을 했더라도 쉽게 이혼해 나홀로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자녀가 빠져나간 부부는 한쪽이 먼저 떠나면 홀로 또 오래 살아야 한다. 핵가족을 넘어서 핵분열 수준의 가족 변화인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가족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구식 편견이다. 행복을 위한 경제는 가족이 될 수 있으면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농촌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지방대학을 좋게 만드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리라. 싱가포르처럼 친척이 모여살겠다면 주택 배정에서 우선권을 주는 방법도 있다. 성장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동체의 온기가 행복의 원천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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