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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용 없는 성장은 절대악이다

등록 2013-02-14 19:19수정 2013-02-14 20:49

김성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김성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99%의 경제
HERI의 시선
15년 전 외환위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양극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 1%와 99% 사이 벌어진 틈에 생긴 상처는 더 곪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의 총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고용의 질은 비교하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총고용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은 이 기구 회원국 평균치가 7.5 대 2.5, 우리나라 평균차는 4.5 대 5.5 다. 평균임금의 격차는 더 심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이 기구 평균치가 10 대 8, 우리나라 평균치가 10 대 4 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국력에 훨씬 못 미치는 나라들보다 형편없는 수치다. 게다가 정규직 종사자들 모두가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같은 격차로 인한 아픔은 어떤 모임에서이건 쉽게 확인된다. 동문 모임, 학부형 모임, 사랑하는 연인 사이, 심지어 부모와 자식, 친형제들 간에도 존재한다.

새로 생겨나는 협동조합들이 이런 아픔을 치유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다. 투자수익률만을 좇는 유통회사 주주들보다는 협동조합 정신에 동의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좀 더 관대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1명의 부자집 아들이 사장을 하고 9명의 비정규직 알바생들이 일하는 현재의 커피전문점보다는, 10명의 평범한 집안 청년들이 정규직 조합원으로 일하며 이익을 나누어 갖는 커피전문점 협동조합이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공익적 성격을 띤 사회적 협동조합들은 취약계층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만으로 아픔을 모두 걷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회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대주주, 경영자, 노동자, 소비자들이 나서고 새정부가 이 문제에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새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내세워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창조적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솔깃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하다. 지난 15년간 우리 눈앞에 펼쳐진 혁신기술주도의 고용 없는 성장, 우리나라 대표기업이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음에도 형편없는 고용지표, 높아만가는 비정규직의 신음소리… 데자뷰는 과연 필자만의 것인가?

미래부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고용부총리를 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시적으로 국무총리가 고용노동부장관을 겸직할 수도 있다. 이리 되면 99%의 사람들은 정부가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용기 내어 발언할 것이다. 지혜는 모이고 사회적 대타협도 앞당겨질 수 있다. 사람들은 고용 없는 성장이 ‘필요악’이 아니라 양극화의 상처를 심화시키는 ‘절대악’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들을 계속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성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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