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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

등록 2013-03-07 19:31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99%의 경제
HERI의 시선
한겨레경제연구소는 2007년부터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을 연구해 왔다. 그사이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시에스아르란 단어를 지속가능경영이라고 옮겨야 했다. 기업들이 사회책임이라는 단어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신년사 등에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을 직접 거론한다. 격세지감이다. 기업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공유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의 변화에도, 이익극대화 앞에서 사회책임경영은 뒷전으로 밀려 버리기 일쑤다. 사회책임경영에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세계적인 전자업체는 사업장 유독가스 누출 사태, 외국 하청업체 아동고용 의혹 관련 문제들로, 통신업체들은 고객정보 유출이나 요금제 담합과 같은 이슈들로 자주 비판을 받는다. 사회책임경영에 적극적이었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 진입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사회책임경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과 사회적 압력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사회책임경영은 기업, 시민사회, 정부의 삼각 협력을 통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그간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온 것은 법과 제도이며, 이런 법과 제도는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다. 근로기준법이 제 기능을 찾아가고, 환경 관련 법규나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기까지는 많은 정치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의 지은이 코너 우드먼의 말처럼 기업들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 기업이 변해온 것은 스스로 착해지고자 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조금이라도 더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고자 했던 수많은 사회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발벗고 나서는 스웨덴 정부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스웨덴 정부는 기업과 시민단체가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회책임경영 관련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정보를 콘퍼런스, 워크숍을 열어 공론화한다. 특히 스웨덴 외교부에는 사회책임경영 특사가 있어 국내외 관련 행사에 연사로 활동한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유엔 글로벌콤팩트가 발표한 아동권리와 경영원칙(CRBP)도 기업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해 활동을 지원한다. 이 원칙이 기업 활동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것을 목표로 정부, 비정부기구, 기업이 협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토양에서 세계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평판을 받는 이케아, 에이치앤엠(H&M) 등이 자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와 시민사회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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