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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심리·언어·미술치료 전문가들 공동체 교육 위해 힘 합쳤죠”

등록 2013-03-07 19:36

상담전문가들의 국내 첫 협동조합 설립을 이끈 조순옥(오른쪽 끝) 매직피쉬프로덕션 대표와 상담전문가협동조합의 오종은(왼쪽 끝) 이사가 6일 뮤지컬 교육을 받고 있는 서대문구 지역의 청소년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예비 사회적기업인 매직피쉬프로덕션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예술교육과 공연을 지원하고 있다.
상담전문가들의 국내 첫 협동조합 설립을 이끈 조순옥(오른쪽 끝) 매직피쉬프로덕션 대표와 상담전문가협동조합의 오종은(왼쪽 끝) 이사가 6일 뮤지컬 교육을 받고 있는 서대문구 지역의 청소년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예비 사회적기업인 매직피쉬프로덕션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예술교육과 공연을 지원하고 있다.
99%의 경제
사회적 돌봄에 적극 나선 ‘한국상담전문가협동조합’
‘평화학교’ 운영 사회적기업 모태로
초중고 무료 예술교육 등 나서
유럽 협동조합들과 학생교류도
“국제청소년페스티벌 열어갈것”
일자리 안정화돼 활동 적극적

“상담은 원래 협동작업이에요. 전문가 개인으로 일하면서도 서로 협력해야 하죠. 심리검사, 언어치료, 미술치료 같은 세부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고객이 오면 우선 심리검사를 하고, 어떤 처치를 할 건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요. 사무실 공간도 공동으로 빌려 방 하나씩 나눠 쓰는 식이고요.”

상담전문가들의 협동조합이 지난달 25일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자리잡은 한국상담전문가협동조합이다. 우선 5명의 석박사급 상담전문가들이 노동자협동조합(직원협동조합) 설립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술치료 전문가인 오종은(41) 이사는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이 우리가 하는 일에 꼭 맞는 옷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상담전문가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불안정해요. 협동하면서도 따로 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협동조합이 되면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협동작업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 이사는 장기적으로 상담전문가들의 전국적인 협동조합 네트워크가 구축됐으면 하는 희망도 나타냈다. “전국의 상담전문가들이 하나의 협동조합 공동 브랜드로 뭉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상담 일이 협동조합의 지역사회 기여라는 원칙과도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상담하는 사람들은 소외된 이웃과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거든요.”

홍은주 을지대 유아교육과 교수(상담심리치료 전공)는 “앞으로 상담 분야에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업상담전문가들도 이달 15일 한국직업상담협동조합 설립총회를 여는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 서울 뚝섬 근처에 사무실도 냈다.

국내 첫 상담전문가협동조합 설립의 산파역을 맡은 조순옥(48) 매직피쉬프로덕션 대표는 “지난해 서대문 신연중학교에서 상담과 교육을 융합한 ‘징검다리인스쿨’이라는 자율수업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그곳에서 함께 일한 상담전문가들이 협동조합 설립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매직피쉬프로덕션은 서울시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서대문 지역에서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 예술교육과 공연지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이 지역 5개 초중학교에서 350명 학생을 대상으로 ‘평화학교’를 운영한다. “평화학교는 7~8명으로 이뤄진 팀마다 예술교사와 상담전문가가 1명씩 들어가 아이들을 끌어갑니다. 사물놀이, 비보이, 일렉트릭기타, 유시시(UCC), 디제이, 학생협동조합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한학기 동안 수업을 합니다.” 평화학교에서는 상담전문가들이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고 배운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상담의 전문성이 녹아들도록 한다.

이들이 상담전문가협동조합 설립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하지만 상담과 교육을 결합한 협동조합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공부는 그 이전부터 차곡차곡 진행해왔다. 조 대표 등은 올 1월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페인 몬드라곤, 영국 맨체스터의 교육 및 상담 관련 협동조합들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때의 교류가 이달 말 성공회대와 서대문구청에서 열리는 국제협동조합 심포지엄으로 결실을 얻었다.

“유럽의 협동조합 사람들과 금세 가까운 친구가 됐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했던 거죠. 그 사람들한테, 협동조합의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협동조합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역사적 경험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성경에서 말하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볼로냐의 사회적 협동조합인 카디아이(CADIAI)의 경영자, 몬드라곤대학교의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전문가, 영국 협동조합학교의 프로그램 운영자들이 이달 말에 국내에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강연료도 받지 않기로 했고요. 국내 정상급 통역전문가도 자원봉사를 약속했습니다.”

국제 협동조합의 연대는 학생들의 교류로도 이어지고 있다. 평화학교의 유시시팀 학생들은 올 5월 영국 맨체스터의 협동조합학교를 방문해, 자신들이 만든 작품 발표회를 열 계획이다. “지역사회와 학교에서 보편적 돌봄이 안착되도록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요. 평화학교를 시작으로 이제 상담전문가협동조합이란 작은 싹을 틔웠습니다. 사회적 돌봄의 토양을 기름지게 할 여러 협동조합이 앞으로 더 생겨날 겁니다. 우리 서대문 지역에서 볼로냐의 카디아이에 못지않은 건강한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조 대표는 특히 “교육과 상담 같은 사회적 돌봄이 궁극적으로는 지역(local) 공동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여러차례 ‘지역’을 강조했다. “영국의 유명한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처음부터 지켜봤어요. 시작은 정말로 소박한 동아리 축제였습니다. 우리 서대문지역에서 아이들이 창작물을 발표하는 국제어린이청소년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때에 상담전문가협동조합이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겠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매직피쉬와 상담전문가협동조합이 우리 지역의 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서울 성북구의 6개 협동조합 사람들이 5일 성북구 종암동 사회적기업허브센터에 모여, 성북구협동조합협의회 발족식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북구청 제공
서울 성북구의 6개 협동조합 사람들이 5일 성북구 종암동 사회적기업허브센터에 모여, 성북구협동조합협의회 발족식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북구청 제공
싹트는 지역 협동조합 활성화 움직임

서울 성북구 협동조합협의회
6개 조합들간 협동사업 진행
광주 광산구청·신협은 금융지원

서울 성북구의 6개 협동조합이 지역내 협동조합협의회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기초 지방자치단체 지역에서 협동조합협의회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구청과 지역 신협이 협력해 협동조합에 대한 무이자 소액대출을 실시하는 등, 지역 단위의 협동조합 활성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신협과 생협 등 6개 협동조합은 5일 성북구협동조합협의회를 설립했다. 강북신용협동조합, 국민대생협, 서울북부두레생협, 성북구공동육아협동조합, 성북신용협동조합, 한살림생협북동지부가 참여했으며, 백승재 강북신협 이사장이 협의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성북구의 협동조합들은 지난해 4월 성북생협협의회를 발족한 이후, 성북협동조합 마을학교 운영과 성북구 사회적경제박람회 참여 등 지역내 협동조합들 간의 협동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협의회는 창단취지문에서 “건강한 협동조합들이 성북지역에 튼튼히 뿌리내리도록 밑거름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지역 신협과 생협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지역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광주광역시 광산구청과 광주어룡신협은 지난달 말 지역내 협동조합들에 대해 연 1억원의 무이자 소액대출을 실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지방정부와 지역신협이 지역 협동조합들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광주어룡신협은 협동조합 발전기금 조성과 경영컨설팅 및 전문인력도 지원하고 협동조합지원센터 운영을 위한 공간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광산구청은 광산구 월곡동에 2000㎡ 규모의 협동조합허브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획재정부에 50억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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