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탄산·커피음료 판매 중단한 이유

‘변종 편의점’ 비판일자 편의점 색깔 지우기 나서

국내 드러그스토어 업계 1위인 씨제이(CJ)올리브영이 최근 탄산음료와 커피음료 등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계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등 편의점 업계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자 ‘변종 편의점’이라는 비판을 받는 드러그스토어가 스스로 ‘편의점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29일 “지난주부터 매장에서 판매중인 탄산 음료와 커피 음료, 카페인 음료 등에 대한 발주를 중단하고 현재 남아있는 재고만 소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기농 과일주스나 비타민 음료 등은 계속 판매한다. 올리브영은 올해 하반기에는 사탕이나 일반 과자 등의 판매도 중단하고, 대신 먹는 화장품, 다이어트 보조제품, 비타민 등 건강보조 식품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리브영 쪽은 “건강 부문에 집중한다는 계획에 따라 건강과 관련없는 식음료를 판매품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의식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래 드러그스토어는 사전적으로 약국을 뜻하지만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식품, 잡화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편의점과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다.

편의점 업계는 씨유(CU), 세븐일레븐, 지에스(GS)25 등 빅3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지나치게 많은 점포를 열어 가맹점주들이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고통받는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어 규제를 강화했고, 국회 정무위에서도 편의점 업계를 타깃으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그스토어가 편의점과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면 드러그스토어로도 규제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올리브영이 탄산음료 판매 등을 접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러그스토어는 편의점과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소지는 편의점보다 더 크다. 가맹사업인 편의점은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운영하지만 드러그스토어는 대부분 본사가 직영으로 운영한다. 이들이 편의점이나 동네슈퍼와 경쟁하면 대기업에 의한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의 결정이 다른 업체들로 번질지도 관심사다. 전국 301개 매장을 운영중인 올리브영이 드러그스토어 업계 1위이고, 더블유스토어(코오롱·116개), 지에스(GS)왓슨스(GS리테일·83개)가 뒤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판도라(농심), 분스(신세계), 어바웃미(삼양) 등이 문을 열었고, 롯데도 다음달 롭스 1호점을 열 계획이다.

유신재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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