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53) 씨제이(CJ)그룹 회장이 1일 저녁 세금포탈과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되기 앞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1일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이 회장을 구속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씨제이(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경영위원회를 꾸리고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씨제이그룹은 2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미경 그룹 부회장 등 5명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으로, 2002년부터 이 회장과 함께 그룹 공동회장을 맡아오다 2005년 대한상의 회장을 맡으면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미디어 부문 계열사인 씨제이이앤엠(CJ E&M)의 사업을 주로 챙겨왔다. 이밖에 이채욱 씨제이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씨제이㈜ 사장, 김철하 씨제이제일제당 사장 등 전문경영인 3명이 그룹경영위원회에 합류했다.
애초 그룹 안팎에서는 이미경 부회장이 이 회장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손경식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관계가 한때 원만치 못했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손 회장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씨제이그룹(옛 제일제당)을 분리하는 과정을 주도하고 이후 경영을 이끌어왔지만, 조카인 이재현 회장이 차츰 전면에 등장하면서 경영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고소로 씨제이와 삼성의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도 손 회장은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며 이 회장 쪽과 사뭇 다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부회장 체제’ 예상 깨고
손회장, 그룹경영위원장 맡아
경영공백 최소화 노력 나서 경영위, 주로 국외사업 의사 결정
“계열사 사장 역할 중요해질 것” 손 회장을 그룹경영위원장으로 전면에 내세운 데는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경 부회장은 그동안 방송·영화 등 문화사업 분야로 경험이 한정됐기 때문에 그룹 전반의 경영을 맡기기에는 불안한데다, ‘오너 리스크’가 터진 상황에서 오너의 누나가 경영을 책임지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과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나눠 지어야 할 위치라고 볼 수 있는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을 이어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런 맥락에서 대한상의 회장을 세 차례나 연임하는 등 외부적으로 평판이 좋고 오랫동안 그룹 경영을 책임진 경험이 있는 손 회장이 최상의 카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룹경영위원회는 매달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이 회장의 구속으로 특히 차질이 우려되는 국외사업 쪽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로 책임지게 될 전망이다. 씨제이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씨제이’를 완성하는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난해 29%였던 국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회장이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라이신 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중단되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추진해온 사료사업과 물류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씨제이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 안정과 중장기 발전 전략, 그룹 경영의 신뢰성 향상 방안, 그룹의 사회기여도 제고 방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위원회에서 심의할 계획이다. 위원회에 오너 일가라고 할 수 있는 분들과 전문경영인이 두루 포함됐기 때문에 이 회장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경영위원회 발족과 함께 씨제이그룹의 각 계열사는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결정들이 계열사 단위로 대폭 넘어가게 될 것이다. 정말 중요하고 큰 현안만 경영위원회에서 다루기 때문에 계열사 사장들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씨제이그룹의 이러한 조처는 한시적인 것일 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씨제이그룹은 씨제이㈜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고, 이재현 회장이 씨제이㈜의 지분 42.3%를 보유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이재현 회장의 지분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내외부에서 경영권 도전이 있을 수 없고 별다른 변화 요인도 없다”며 “이 회장이 수감중에도 얼마든지 지시를 내리고 결재를 받을 수 있어 그룹 경영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신재 이정훈 기자 ohor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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