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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4년간 탈세액 1조5천억원 회수 비결은…

등록 2014-03-13 19:24수정 2014-03-13 21:58

발터보랸스 재무장관
발터보랸스 재무장관
독 NRW주 발터보랸스 재무장관
취임뒤 해커·내부고발자 등에게
탈세용의자 명단 돈주고 사들여
강력한 조사에 자진신고 줄이어
“탈세는 공공재에 대한 사기…
성실납세땐 정부 빚낼 필요없어”
“탈세는 단순한 비신사적 행위가 아니라, 공공재에 대한 사기다.” 13일 방한한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노르베르트 발터보랸스(사진) 재무장관은 “한국이 세수 부족을 해결하려면 탈세 퇴치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에서 가장 큰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대대적인 탈세 퇴치 정책으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0억유로(약 1조4841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했다. 2010년 주 재무장관에 임명된 발터보랸스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추진해온 탈세 정책을 자세히 소개했다.

주 정부는 먼저 ‘탈세 용의자’ 명단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내부고발자와 해커들이 스위스 은행 등에서 빼낸 자료를 1200만유로를 들여 확보했다. ‘불법 자료’ 논란이 일었지만, 독일 법원은 자료 확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 콤팩트디스크 8개 분량의 자료에는 탈세 용의자들의 신상정보가 담겨 있었다. 주 정부는 이 명단을 토대로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조사에 압박을 느껴 자진 신고하는 이들도 나왔다. 발터보랸스는 “최근 두달 동안 1700명이 자진 신고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채찍’만 동원한 것은 아니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세무서에서 발송하는 납세 고지서에 주 정부가 지원하는 공립학교의 수업 현황과 신설되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국가가 왜 돈을 필요로 하는지, 납세가 시민들에게 어떤 편의를 주는지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탈세 퇴치에 앞장선 이유가 있다. 발터보랸스는 “우리 주의 지난해 세수 손실액은 30억유로인데, 올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확히 30억유로의 빚을 냈다. 주민들이 모두 정직하게 세금을 낸다면 빚을 내지 않고 주 재정을 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세금 내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세금 징수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납세 방식을 좀더 간편하게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등 한국의 온라인 징수 체계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날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을 방문한 그는 “한국은 ‘전자납세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는 것 같다. 세금 관련 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공유한다면 조세회피처 등을 이용한 탈세를 차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자 증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국가는 교육과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국민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오로지 채무를 통해 해결할 생각이 아니라면, 증세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시민들을 상대로 세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적인 납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발터보랸스 장관은 “독일 국민의 3분의 2는 연봉이 10만유로(약 1억4885만원)가 넘는 경우 최고 49%의 세율을 적용하는 부유세 법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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