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제남 의원 자료
“국무조정실에 묻자 뒤늦게 알아봐”
“국무조정실에 묻자 뒤늦게 알아봐”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진방지 조항(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도록 한 것)에 얽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은 8일 ‘에프티에이 점검 없는 묻지마 규제 완화’라는 자료를 내어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에프티에이 역진방지 조항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사이의 확인 체제도 가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추진한 규제 완화에 에프티에이 역진방지 조항이 적용되는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맺은 11개 에프티에이 대부분에 역진방지 조항을 담고 있다. 정부가 한번 규제 완화를 실시하면 이 조항에 걸려 다시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게 된다. 불가피하게 완화된 규제를 강화해야 하거나 강한 행정 처분을 내려야 할 경우 당장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제소 대상이 돼 대규모 변상금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김 의원실은 자료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할 때는 에프티에이와 관련한 문제 소지가 없도록 이중삼중의 확인 장치를 두는 것은 필수적이다. 법적 문제는 서로 얽히고 설켜 있어 잘못된 규제 완화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작게 보이는 실수가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김 의원이 완화된 규제 중에 에프티에이 역진방지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 있는지 자료를 요청하자 뒤늦게 관련 부처에 적용 여부를 알아봤다고 김 의원실은 밝혔다. 국무조정실이 현재까지 파악한 것은 외국간행물 수입추천제 폐지가 에프티에이 역진방지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 한 건이었다.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나 통상추진위원회와 같은 통상 전문 협의체에서 규제 완화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에프티에이 협상 상황과 향후 전략 정도만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에프티에이 시대에 규제 완화는 속도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교함과 질을 담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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