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입원…삼성그룹 초긴장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으로 삼성그룹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 회장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최고 수뇌부는 삼성서울병원에 집결해 의료진으로부터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일인데도 11일 아침 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이 전원 출근했고,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부회장과 사장, 임원들도 대부분 출근해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한 미래전략실 임원은 “아침 일찍 연락을 받고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회사로 나왔다. 언제든지 비상 상황에 출근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번엔 워낙 갑작스러워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입원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삼성서울병원에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자, 그룹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임직원들을 대거 병원으로 보내 임시 기자실을 마련하고 언론 취재에 대응했다.
이달 초부터 미국 출장 중이던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 귀국 직후 병원으로 달려갔다. 시술 뒤 이 회장의 상태가 안정된 것을 확인한 이 부회장은 오후에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최근까지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일하다 이달 1일부터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인용 사장 등도 서초사옥에서 업무를 봤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회장님과 관련된 사안은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전담하고 있다. 우리는 원래 우리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출근한 삼성그룹의 한 직원은 “오전에 언론에서 (이 회장이) 밤중에 심폐소생술까지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는 공식 입장이 나와 지금은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팀에 의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자 회장직을 내놓고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3월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바 있다. 이렇게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에도 삼성은 명시적으로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내걸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번에도 곧바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지난달 17일 귀국 이후 출근해 그룹 사업 재편과 미래전략실 인사 등을 직접 챙겨오던 이 회장이 급작스럽게 건강 문제로 입원하게 돼 그룹 경영에는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계열사 재편 등에는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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