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경비는 본인이 부담하게
“일과 가정 모두 챙기게 배려”
“일과 가정 모두 챙기게 배려”
‘국외출장 때 업무만 차질없이 한다면 가족을 데리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출장을 자주 가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떠올려봤을 법하지만, ‘출장을 놀러 가냐’는 힐책을 들을까 섣불리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전자 임직원은 당당히 가족과 함께 국외출장을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15일 부서장의 승인만 받으면 국외출장에 부모,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출장 시스템 도입을 최근 결정해 내부통신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2주일 이상 출장을 가야 연차휴가를 이어서 사용할 수 있던 규정도 출장기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 출장 업무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물론 가족 동반에 따른 항공료 등 경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가족 동반으로 인해 출장 업무에 지장이 생겨서도 안 된다. 주재원 등 현지 근무자에게 관광가이드 등 편의를 요청하는 것은 금지된다.
위험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족 동반이 가능한 출장 지역에 제한은 없다. 다만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주요 전시회나 올림픽, 월드컵 등 글로벌 스포츠행사는 출장 임직원의 업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가족 동반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회사의 기밀과 관련되거나 전략과제가 수반된 출장도 가족 동반이 금지된다.
삼성전자 쪽은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배려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가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지도 관심거리다. 한 대기업 임원은 “업무 특성상 국외출장을 자주 갈 수밖에 없는 부서가 있다. 출장 때문에 가족과 자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사기진작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과장은 “부하직원이 출장 가서 놀까봐 걱정하는 상사들도 있을 텐데, 어차피 국외출장 중 근무태도를 감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공개적으로 가족과 함께 다녀오게 하면 직원들이 놀다 오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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