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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광고쟁이’가 파는 콘돔

등록 2014-06-08 20:03수정 2014-06-09 11:05

‘사회적 비즈니스’ 차원에서 콘돔 ‘바른생각’을 출시한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가 지난 3일 회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회적 비즈니스’ 차원에서 콘돔 ‘바른생각’을 출시한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가 지난 3일 회사 사무실에서 <한겨레>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경제와 사람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 “사회적 비즈니스 꿈꾼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에 있는 광고회사 ‘빅앤트 인터내셔널’ 1층 주방. 밥 먹는 식탁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콘돔들이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콘돔 상자 겉면에 찍힌 제품명은 ‘바른생각’이다. 빅앤트가 최근 출시한 것이다.

‘광고회사가 제품 출시를? 그것도 콘돔을?’ 궁금증은 빅앤트 대표인 박서원(36)이란 인물로 크기를 더했다. 그는 박용만(59) 두산그룹 회장의 큰아들이다. 27살 나이에 광고업에 뛰어든 그는 세계 5대 광고제를 싹쓸이한 늦깎이 광고쟁이로 더 유명세를 탔다.

왜 콘돔일까? 평소 입에 담는 걸 꺼리는 콘돔이란 소재를 툭 꺼내든 배경이 궁금했다. “콘돔은 인터넷에서 성인 인증을 해야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청소년은 접근이 안 된다. 우리에게 콘돔은 구입할 때 창피하고 언급 자체가 부끄러운 대상이다. 그런데 콘돔은 그런 제품이 아니다. 성관계를 권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낙태율과 성병전염률을 낮추는 도구다. 왜 숨기고 창피해하는지 반문이 들었다. ‘바른생각’으로 이름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표가 콘돔 출시를 구상한 건 2년 전이다. 새로운 일에 목말랐던 그는 동료와 3단계 방법으로 ‘놀거리’ 찾기에 나섰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잘하는 도구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였다. 그는 “결국 콘돔 얘기가 나왔다. 몇년 전 한 업체가 지하철 콘돔 광고를 게재했다가 6시간 만에 내렸다. 낯 뜨겁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공익광고로 성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해보자고 했다.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운영 두산그룹 장남
“메시지 전달하는 상품 만들자”
낙태율·성병 전염 낮추는 콘돔
‘바른생각’으로 이름지어 출시

국내 이윤, 청소년 성교육 투자계획
“비즈니스와 공익 맞물리게 하고파”

광고회사가 직접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광고로 캠페인을 하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고민했다. 거기서 착상한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만 만들 것이 아니라, 차라리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상품 자체를 만들자’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업이 앞으로 자신이 꿈꾸는 광고라고 했다. “광고는 큰 관점에서 보면 메시지를 다루는 직업이다. 창의적인 접근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일인데 광고와 제품 출시를 별개의 작업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바른생각’은 앞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박 대표는 콘돔을 출시한 목표가 공익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누군가를 돕고 동시에 돈도 벌겠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이윤을 남길 생각은 없단다. 벌어들인 돈은 전부 청소년 성교육 등 공익적인 일에 투자할 예정이다. ‘장사’는 해외 시장에서 할 생각이다. 현재 중국, 동남아 구매자들과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일방적인 기부는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없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누군가 한번의 기부로 성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면 그건 이벤트다. 비즈니스와 공익, 두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적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소통하고 창의적인 일은 계속할 생각이다. 상업적인 일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콘돔 외에 3~4개 다른 제품 출시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있다. 그는 비보도를 조건으로 자신이 구상중인 사업들을 설명했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익을 추구하면서 이윤 창출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다. 그는 “평소 일을 하거나 생활하면서 겪는 답답하고 화나고 속상한 문제들이 있다. 이를 잘 뜯어보면 제품을 통해 공론화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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