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눈길을 끄는 갖가지 글귀가 적힌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방통위 ‘단통법’ 고시 10월부터 시행
6개월마다 조정…상황 따라 단축도
상한 바뀔때마다 시장 혼란 커지고
정작 통신비 부담 줄이는 덴 도움 안돼
출고가 낮출 ‘분리공시’ 판단 미뤄
6개월마다 조정…상황 따라 단축도
상한 바뀔때마다 시장 혼란 커지고
정작 통신비 부담 줄이는 덴 도움 안돼
출고가 낮출 ‘분리공시’ 판단 미뤄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재 27만원인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상한을 시장 상황에 따라 25만~35만원 사이에서 수시로 조정하기로 했다. 상한액은 기본적으로 6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고, 긴급한 사유가 있으면 더 빨리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보조금 상한액이 수시로 바뀔 수 있어 시장의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관련 고시 제·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 내용은 10월부터 시행된다.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단말기 보조금 상한 축소를 주장해왔다. 보조금 상한이 높아질수록 이통사 간에 서로 고객을 빼오기 위한 출혈경쟁이 심해지고, 소비자마다 받는 혜택의 차이가 커져 시장의 불신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휴대전화 제조사 가운데 점유율이 압도적인 삼성전자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을 35만~37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27만원인 현재 상한액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인 201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단말기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논리다. 반면 엘지전자는 27만원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팬택은 25만원으로 낮출 것을 요청했다. 보조금 상한액이 커지면 제조사간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마케팅 비용 부담 능력이 월등한 삼성전자에만 유리하다는 점에서였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이처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모두 아우르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누구도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의 가장 중요한 입법취지 중 하나가 모든 이용자들이 때와 장소에 따라 보조금 차별을 받는 것을 줄이자는 것인데, 방통위 결정대로라면 정부가 앞장서서 10만원까지 차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통위가 어떻게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상한액을 조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민간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해서 정부가 마케팅비를 조정하겠다는 건데, 법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휴대전화 제조사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 요구를 전부 반영해준 듯하지만 결국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감안해서 1년 뒤까지 판매정책을 미리 짜는데, 이렇게 수시로 보조금이 바뀌면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방통위는 이날 휴대전화 보조금에서 제조사의 판매장려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는 ‘분리공시’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최성준 위원장은 “분리 공시를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고시가 (상위)법 규정 범위를 넘는 게 아닌지 등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것이 적정한지 결정해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분리 공시가 이뤄지면 휴대전화 가격의 투명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출고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왔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이용하지 않는 개인정보의 파기 등의 조치 시한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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