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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선박발주 급감…중 저가수주·엔화약세에 치여 ‘겹시름’

등록 2014-07-14 20:11수정 2014-07-23 11:15

주력 산업이 흔들린다
➋ ‘조선 1위 한국’ 끝났는가?
2011년 4월11일 한국 조선업체를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55만4천원이었다. 3년3개월여가 흐른 지난 14일 주가는 그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16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상장 조선업체들의 주가는 올 들어 추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월11일까지 KRX조선업종 지수는 31.1%나 떨어졌다. 모든 업종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올해는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5월까지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294억달러)의 겨우 30%(87억달러)를 채우는 데 그쳤다. 다른 조선업체의 사정도 비슷하다.

전세계 발주량 작년대비 17% 감소
중국, 벌크·탱커 중심 저가 싹쓸이
한국 상반기 수주량 중국의 61%
엔화약세·원화강세…일 경쟁력 ‘쑥’
4·6월 수주실적 한국 크게 앞질러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돌파구 찾아야”

중국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선박 수주 1위를 다투던 한국 조선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이달초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조선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555만CGT(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수정환산 톤수)로 같은 기간 중국의 수주량 909만CGT의 61%에 불과했다. 지난해엔 엘엔지(LNG)선 등에서 앞서 수주액에서는 250억달러로 중국을 40억달러 가량 앞섰지만, 올해는 수주액도 132억달러로 중국에 13억달러 뒤졌다. 중국은 벌크선과 탱커선 중심으로 저가 선박 수주를 쓸어담다시피 하고 있다.

세계 선박 건조능력은 크게 향상됐으나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량이 줄어들면서 선가가 급락하는 등 조선업종 경기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조선소의 수는 2007년 629개에서 올해 5월 현재 429개로 줄어들어 과잉설비는 어느 정도 해소돼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선가는 그다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클락슨의 신조선가(새로 배를 짓는 가격) 지표를 보면 2008년 190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5월 126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40 안팎으로 약간 회복됐을 뿐이다. 선박발주 물량이 줄고 있어, 선가회복은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에 견줘 17% 가량 줄었다. 특히 2분기 선박 발주량은 1분기의 54%에 불과했다. 우리투자증권 유재훈 분석가는 “세계 선박 발주량이 감소한 가운데 선가가 낮은 중국 조선소 위주로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며“신조선가가 조만간 다시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엔화의 약세와 원화의 강세는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 선박업계에선 지난 2010년부터 불길한 이야기가 나돌았다.‘2014년 문제’라고 이름붙인 이 이야기는 “중국이 각지에 조선소를 세워, 세계 선박 생산능력이 2011년에는 2001년의 3배에 이르게 된다. 해상수송능력은 갑절로 늘지만 화물량은 1.5배밖에 늘지 않고,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주가 급감하면서 2014년에는 일본업체가 건조할 선박이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괴담’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2013년 일본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에 견줘 75.9%나 증가하면서 6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괴담이 퍼지는 동안 적잖은 구조조정을 한데다 ‘엔화약세’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일본 조선업체들의 영향력은 급격히 커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국의 엘엔지선 발주도 적지 않아 일본업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클락슨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일본은 49만CGT를 수주해, 31만CGT를 수주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이 월별 수주실적에서 일본에 밀린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다. 한국업체들이 경쟁력이 있는 해양플랜드 발주가 거의 없고, 대형 컨테이너선도 일본업체가 대거 수주한 까닭이다. 한화증권 정동익 분석가는 “일본 조선사들은 선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수년간의 수주 부족으로 크게 감소한 수주잔고를 채우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신조선가의 반등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조선업 담당)은 “한국 업체들이 엔엘지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앞선다”고 말했다. 업황이 나쁘지만 경쟁력 자체가 크게 훼손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업황 회복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홍 위원은 “중국이 정부 지원과 함께 경쟁력을 계속 높여가고 있으므로 고부가가치 선박 쪽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등 돌파구를 모색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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