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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국 자급률 늘고 중동 저가 공세 ‘수출 효자’ 옛말…불황 늪 빠질라

등록 2014-07-17 19:44수정 2014-07-23 11:19

중국의 자급률 향상과 중동 업체들의 중국시장 확대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장기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금호석유화학 제공
중국의 자급률 향상과 중동 업체들의 중국시장 확대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장기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금호석유화학 제공
[주력 산업이 흔들린다]
(4) 내리막길에 선 석유화학

2년전부터 하락세…작년 이익 24%↓
수출 비중 절반 차지하던 중국
생산 자급률 높여 소비 줄어
중동 산유국들 저가 원료로 위협
원가절감 기술 개발 등 대응책 고심
에쓰오일(S-OIL)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유 중심의 사업구조를 석유화학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석유사업은 크게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정유부문과 나프타를 가공해 제품소재 중심의 화학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 부문으로 나뉜다. 정유 쪽 업황이 크게 나빠지면서 업계는 석유화학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이 돌파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2012년부터 상승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정유4사의 경우 매출액은 정유부문이 9대1로 높지만 영업이익은 석유화학부문 수익률이 높아 정유부문 적자를 석유화학 부문에서 메워왔다. 그런데 지난해 석유화학 영업이익이 24%나 감소한 1조6460억원을 기록해 법인 전체 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주요 수출품목 다섯손가락 안에 들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도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2012년 영업본부 직원(8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명예퇴직을 실시했던 지에스(GS)칼텍스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12년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석유화학은 그동안 수출 자체가 줄어든 해는 거의 없었다. 최근 수출 감소 현상은 매우 안 좋은 지표다. 우리 석유화학 생산의 40% 정도를 중국이 소비해주는데 최근 중국 소비량이 감소한 영향이 가장 크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업황 부진의 주요 원인은 중국시장에 있다. 2009~2011년 중국의 급격한 수입 증가는 업계 호황을 불러왔다. 석유화학은 전통적인 사이클산업이다.‘과잉투자→공급과잉→가격하락→설비중단→가격상승→투자’로 돌아간다. 업계는 통상 이를 5년 주기로 본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생산 자급률을 급격히 높이면서 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장기 불황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46.4%에서 2009년 51.5%까지 오른 뒤 줄곧 47~48%가량이다. 반면 중국의 석유화학 3대 제품(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자급률은 2010년 65%에서 지난해 75%로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 2009년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 대비 5.1% 줄어들면서 전체 석유화학 수출액이 14.5%나 감소한 적이 있다. 그 뒤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띄었으나, 2012년 다시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 대비 0.3% 감소하자 전체 수출액도 0.7% 줄었다. 올해 1~5월도 전년대비 감소세다.

원유만 판매하던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화학 시설을 건설해 부가가치를 키우려는 움직임도 큰 부담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동의 모랫바람은 중국 시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합성수지 제품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경우 중국의 국가별 수입비율을 보면, 한국은 2011년 20.1%로 1위였으나 지난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상반기도 같은 순위다. 같은 합성수지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도 지난해부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동업체의 시장 확대에, 셰일가스·에탄가스·석탄화학 등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공세가 더해지면서 경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주요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됐으나 하반기에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 회복 등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내 가파른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방산업(석유화학을 원료로 후속 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요가 살아나면 공급과잉 압력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생산 원가를 낮추는 기술 개발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원유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기반의 석유화학 공정보다 셰일가스나 에탄가스 공정이 훨씬 저렴하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미국에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탄크래커 공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한화케미칼 등도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엘지(LG)화학은 올해 미국의 셰일가스보다 저렴한 에탄가스 기반 생산공장 단지를 카자흐스탄에 건설할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발굴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은 크게 2차 전지 시장과 태양광이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 전지 시장은 향후 전기차와 이에스에스(ESS·에너지저장장치)가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은 올해 중국, 일본, 미국 등 신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로 수요가 늘어나 수급 균형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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