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기획재정부가 세제를 활용해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재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야당 의원들이 이를 추진하기 위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놓았을 때, 당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라고 비판했으나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가 되자 태도를 바꿨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자본거래나 영업활동을 통해 거둔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나눠주지 않고 회사에 쌓아둔 부분을 말한다. 삼성전자의 2012년 제무제표를 예로 들어보자.‘자본’의 구성을 보면, 납입자본금은 8975억원이고, 액면가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발행해 거둔 이익(주식발행초과금)이 4조4039억원, 그동안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회사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105조원이다. 성숙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이처럼 대부분이 이익잉여금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 17조92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이 가운데 1조2066억원만 주주에게 배당하고 나머지는‘내부 유보’했다. 이에 따라 2013년말 이익잉여금이 122조원으로 또 크게 늘어났다.
사내유보금은 현금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설비나 부동산을 사서‘투자’를 해도 사내유보금 액수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단지 보유 자산의 구성 내용만 달라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유형자산이 41조원에 이르는 등 단기간에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 자산이 94조원어치에 이른다.
상법은 기업으로 하여금 납입자본금의 50%에 이를 때까지 매 결산기에 이익배당액의 10% 이상을 의무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상으로 기업이 이익을 사내유보하는 것은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재벌들은 사내유보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서 총수의 지배권 강화를 돕기도 한다.
그런 사내유보가 보통의 주주들에게도 꼭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배당에는 소득세가 붙지만, 이익을 사내유보할 경우 세금이 없다. 이로 인해 보유주식의 가치가 배당액보다 더 크게 오른다면 주주에게도 득이 된다. 하지만 기업이 사내유보를 많이 하면서도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돈이 기업에 묶여 경제의 선순환에는 해로울 수도 있다. 과도한 사내유보를 억제하는 제도는 기업으로 하여금 배당을 늘리게 하는 유인이 된다. 주주는 당장 현금을 받고, 정부는 배당소득세 수입이 늘어난다. 제도의 성패는 주주에게 배당으로 풀리는 돈이 얼마나 소비와 새로운 투자에 쓰이느냐에 달렸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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