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열·지열·폐수열·해수열
땅·물·공기 등에 무궁한 에너지
한번 쓴 것 회수해 다시 쓰기
버려지는 심야전기 활용하면 초절전
땅·물·공기 등에 무궁한 에너지
한번 쓴 것 회수해 다시 쓰기
버려지는 심야전기 활용하면 초절전
한림제약 용인공장 김순곤 생산지원부 이사는 30일 “사실 1년 넘게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공장 냉난방시스템을 ‘심야 수축열 공기열 히트펌프’로 바꿨다. 그는 에너지 효율성이 좋은 제품을 수소문하다 ‘경진티알엠(TRM)’이 판매·관리하는 히트펌프 제품을 알게 됐다. 처음엔 경진티알엠의 히트펌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못 미더웠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른 제약회사들이 도입한 전례가 없어 불안은 더 컸다. 김 이사는 “히트펌프가 실패했으면 한두달이 아니라 장기적인 조업 차질이 예상됐다. 정확히 1년 지났는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진TRM 냉난방 히트펌프
1㎾ 전기 들여 4㎾ 에너지 생산
화석연료 안써 탄소규제 자유로워 히트펌프 도입 뒤 김 이사가 받아든 용인공장 전기요금 고지서는 기대 이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용인공장은 1년 동안 에너지 비용을 2억6100여만원 아꼈다.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냉방비(2013년 9~11월, 올해 4~6월)는 여섯달 동안 2100여만원, 난방비(2013년 11월~올해 3월)는 다섯달 동안 1800여만원이다. 용인공장이 같은 기간 기존 냉난방시스템을 사용했을 경우를 가정해 산출한 비용은 냉방비 1억8900여만원, 난방비 1억1100여만원이다. 김 이사는 “이대로 가면 히트펌프 설비투자 비용을 3~4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 내구성이 20년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남은 16~17년은 매년 2억5000만원 정도 냉난방비를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용인공장 1만9834㎡(6000평·지하 1층 지상 3층) 냉난방을 책임지는 히트펌프 구축에 30여억원을 투자했는데 기존 냉동기·보일러의 경우 설치비용이 20여억원 들었다. 10여억원의 설치비용이 더 든 것이다. 매년 전기료 2억6000여만원을 아낄 경우 4년 정도면 초과 비용 10여억원을 거둬들이는 셈이다.
‘심야 수축열 공기열 히트펌프’의 절약 비결은 무엇일까. 1993년 설계된 용인공장의 기존 냉난방시스템은 냉동기와 보일러를 따로 설치해 각각 여름과 겨울에 가동했다. 하지만 히트펌프는 기계 한대로 냉난방 기능을 소화할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심야시간(밤 11시~오전 9시)에 값싼 심야전력으로 히트펌프를 가동해 냉수 또는 온수를 생산해 수축탱크에 저장한다. 심야전력은 낮 시간대보다 ㎾당 150원가량 저렴하다. 이렇게 저장한 물을 낮에 냉난방으로 이용해 전력 사용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인근에 우리와 시설 규모가 비슷한 다른 제약회사 공장이 있다. 생산능력은 우리의 60% 정도다. 그런데 에너지 비용은 우리보다 거의 두배 넘게 나온다. 우리가 이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뒤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들이 견학을 오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앞으로 에너지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력난 시대다. 이상기온, 공급불안 요인으로 2012, 2013년 여름은 전력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사태를 빚었다. 올해 전력수급 전망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예측은 언제든 빗나갈 수 있다. 절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체 전력소비의 80%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경진티알엠 사무실 건물. 유승길 상무가 건물 마당에서 전화 한통을 받고 히트펌프 제품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상담 고객은 강원도 한 지역에 새로 들어서는 콘도업체 관계자다. 유 상무는 “냉난방시스템을 다른 곳 하듯이 냉방기·보일러로 따로 설치하려다 우리 제품 얘기를 듣고 설계를 바꾸려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경진티알엠은 국내 히트펌프 분야 선두로 꼽힌다. 세계 최고 히트펌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전기와는 2004년부터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미쓰비시전기 제품 공급은 물론 기술개발 협력을 하고 있다.
한림제약 냉난방시스템 개선
이웃공장 전기료의 반액에 불과
초과 설치비용 10억…4년이면 회수 경진티알엠이 생산하는 제품은 크게 지열원, 공기열원, 폐수열원, 해수열원 히트펌프로 분류된다. 지열원 히트펌프는 지하 150m 이하에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중온도(15℃)를 이용한다. 폐수열원 히트펌프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열이나 하천수, 태양열 열원을 이용해 히트펌프를 가동한다. 해수열원은 동·하절기 온도변화가 크지 않은 해수를 이용해 해수저장조에 바닷물을 저장했다가 히트펌프를 통해 변환된 열에너지를 인접한 건물이나 양식장에 공급한다. 히트펌프 제품을 사용한 업체들은 대부분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진티알엠 자료를 보면, 용인다보스 병원은 기존 3305㎡(1000평)에서 2만1487㎡(6500평)로 건물을 확장하면서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확장 이전인 2008년 가스요금이 4300만원 나왔으나, 2009년에는 전기요금이 6000만원에 불과했다. 면적이 6배 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비용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또 포천아도니스 골프장의 경우 폐수열원 히트펌프를 냉난방에 사용한 2010년 전년보다 1억2600만원의 절감효과를 봤다. 히트펌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다. 석유제품이나 가스보다 50~80%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통상 1㎾의 전기동력을 투입하면 4㎾의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초절전시스템으로 효율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유 상무는 “기본적으로 자연상태의 잠열, 폐열 등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다. 또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탄소배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경진티알엠 제품은 지금까지 병원, 호텔, 골프장, 대기업 연수원, 리조트 등에 공급돼왔다. 최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일부에 시범으로 히트펌프 제품을 공급한 뒤 에너지 비용이 절감된 사실을 확인하고 전 공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동탄·용인/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경기도 용인시 한림제약 용인공장. 김정필 기자
1㎾ 전기 들여 4㎾ 에너지 생산
화석연료 안써 탄소규제 자유로워 히트펌프 도입 뒤 김 이사가 받아든 용인공장 전기요금 고지서는 기대 이상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용인공장은 1년 동안 에너지 비용을 2억6100여만원 아꼈다.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냉방비(2013년 9~11월, 올해 4~6월)는 여섯달 동안 2100여만원, 난방비(2013년 11월~올해 3월)는 다섯달 동안 1800여만원이다. 용인공장이 같은 기간 기존 냉난방시스템을 사용했을 경우를 가정해 산출한 비용은 냉방비 1억8900여만원, 난방비 1억1100여만원이다. 김 이사는 “이대로 가면 히트펌프 설비투자 비용을 3~4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 내구성이 20년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남은 16~17년은 매년 2억5000만원 정도 냉난방비를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용인공장 1만9834㎡(6000평·지하 1층 지상 3층) 냉난방을 책임지는 히트펌프 구축에 30여억원을 투자했는데 기존 냉동기·보일러의 경우 설치비용이 20여억원 들었다. 10여억원의 설치비용이 더 든 것이다. 매년 전기료 2억6000여만원을 아낄 경우 4년 정도면 초과 비용 10여억원을 거둬들이는 셈이다.
경기도 용인시 한림제약 용인공장 옆에 ‘수축열 공기열 히트펌프’의 콤팩트 큐브가 설치돼 있다. 큐브 아래는 가로 13m, 세로, 30m, 깊이 7m 크기의 물탱크가 있다. 심야시간에 히트펌프가 작동하면 탱크에 있는 물이 배수관을 통해 큐브 안의 얇은 코일을 흐르며 공기열을 이용해 냉난방 온도에 맞게 조절된다. 김정필 기자
이웃공장 전기료의 반액에 불과
초과 설치비용 10억…4년이면 회수 경진티알엠이 생산하는 제품은 크게 지열원, 공기열원, 폐수열원, 해수열원 히트펌프로 분류된다. 지열원 히트펌프는 지하 150m 이하에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중온도(15℃)를 이용한다. 폐수열원 히트펌프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열이나 하천수, 태양열 열원을 이용해 히트펌프를 가동한다. 해수열원은 동·하절기 온도변화가 크지 않은 해수를 이용해 해수저장조에 바닷물을 저장했다가 히트펌프를 통해 변환된 열에너지를 인접한 건물이나 양식장에 공급한다. 히트펌프 제품을 사용한 업체들은 대부분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진티알엠 자료를 보면, 용인다보스 병원은 기존 3305㎡(1000평)에서 2만1487㎡(6500평)로 건물을 확장하면서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확장 이전인 2008년 가스요금이 4300만원 나왔으나, 2009년에는 전기요금이 6000만원에 불과했다. 면적이 6배 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비용은 사실상 줄어든 것이다. 또 포천아도니스 골프장의 경우 폐수열원 히트펌프를 냉난방에 사용한 2010년 전년보다 1억2600만원의 절감효과를 봤다. 히트펌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다. 석유제품이나 가스보다 50~80%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통상 1㎾의 전기동력을 투입하면 4㎾의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초절전시스템으로 효율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유 상무는 “기본적으로 자연상태의 잠열, 폐열 등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다. 또 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탄소배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경진티알엠 제품은 지금까지 병원, 호텔, 골프장, 대기업 연수원, 리조트 등에 공급돼왔다. 최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일부에 시범으로 히트펌프 제품을 공급한 뒤 에너지 비용이 절감된 사실을 확인하고 전 공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동탄·용인/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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